​[뉴스포커스] 경제개혁연대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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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증권부 부장
입력 2017-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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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변했다. 달리 말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맞나 싶다. 갑자기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을 조사하기로 했다. 경영권을 되찾으면서 계열사를 부당하게 앞세웠다는 거다. 공정위는 8월로 들어서자마자 조사에 나섰다. 경제개혁연대가 요청한 지 겨우 한 달 남짓 됐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시민단체에서 일했던 게 맞구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시작일 뿐일 거다. 경제개혁연대가 올해 들어 내놓은 논평을 모두 헤아리면 서른 건을 훌쩍 넘는다. 같은 대상을 세 차례 이상 지적한 사례가 제법 많았다. 공정위가 조사한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렇다. 전경련과 삼성그룹, 효성그룹도 세 차례 넘게 거론됐다. 상법 개정은 유일하게 입법 과제 가운데 네 차례 다뤘다. 예상 밖으로 공정거래법은 한 차례에 그쳤다.

되돌릴 수 없는 개혁, 이게 이유라고 생각한다. 공정거래법은 개별사안을 하나하나 규제하기에는 쉽다. 그런데 대통령을 새로 뽑을 때마다 법을 집행하는 공정위가 오락가락했다. 시민단체가 공정거래법보다 상법에 더 매달리는 이유라고 본다. 상법은 기업을 굴리는 전반적인 행위를 규율한다. 이걸 고쳐야 이른바 경제 민주화를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일 거다. 경제개혁연대 홈페이지에도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변화'라는 말이 늘 있다.

시간문제다. 물론 여소야대 구도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지난하더라도 열쇠를 쥐는 쪽은 집권당일 공산이 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입각시킨 이유도 분명해 보인다. 그는 수십 년을 재벌 문제에 몰두해 한 우물을 팠다. 크고 작은 변화도 꾸준히 끌어냈다.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두고 말하는 거다.

재계가 모를 리는 없다. 속도는 느려 보이겠지만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단체가 단골로 지적하는 곳이라고 다르지 않다. 효성그룹은 분식회계와 횡령, 배임 논란에 휘말려 있다. 조석래 전 회장은 얼마 전 지배회사 효성에서 스스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다만 자리를 물려받은 맏아들 조현준 회장은 남아 있다. 시민단체는 오너 일가 모두를 경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 효성그룹 안에서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만 나오는 걸로 안다.

전경련도 마찬가지다. 빗발치던 해체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이승철 전 부회장을 내보내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경련이 싱크탱크로 내세웠던 자유기업원은 잠시 문을 닫았다. 새로 문을 열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거다. 물론 전경련이나 자유기업원을 두고 여전히 진정성 논란이 있다. 국정교과서 나팔수 노릇까지 했으니 도리 없기도 하다. 앞으로 늘 경계해야 할 대목일 거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아직은 여기까지다.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른 재벌보다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까다롭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이면서 금융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을 두고 대주주 적격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건희 회장이 정상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거다.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사안이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까지 나서야 풀 수 있다.

논란이 잦았던 것만 추려도 이렇게 복잡다단하다. 그래도 조바심은 금물이다. 탈 많은 기업이라고 과거만 붙들고 살 수도 없다. 이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아니다. 시민단체 시절보다 훨씬 많은 이해관계를 살펴야 한다. 더디더라도 그게 맞다. 물론 직업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서 하는 걱정일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시민단체와 공정위가 마치 머리와 손발 같다면 곤란하다는 말은 해야겠다. '경제개혁연대 가라사대'는 경계해야 한다. 새 정부에 들어간 김상조 위원장에게 걸려 있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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