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의 아침묵상, 수련] 10. 욕심慾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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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 기자
입력 2017-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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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철현]



배철현의 아침묵상, 수련 - 10. 욕심(慾心)

성공
성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를 성공했다고 평가하는가? 성공적인 삶은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삶이다. 그는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한 가지를 찾았거나 찾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이며,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성공을 방해하는 두 가지 방해꾼이 있다. 자신이 가고자하는 길로부터 이탈시켜 거짓된 길로 인도하는 유혹이다. 첫 번째 방해꾼은 ‘부러움’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련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을 우주 안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대접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남을 부러워한다. 위대한 자신을 위한 최선의 기준을 스스로 만든 적이 없기 때문에, 남들의 기준을 자신의 기준으로 착각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 길이 고유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하기 시작한다. 남을 부러워하는 삶, 남이 소유한 것을 나도 노력하여 손에 쥐려는 삶, 남이 말하는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착각하는 삶, 나는 그런 삶을 무식(無識)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식이란, 자신을 위한 최고를 모르고 어영부영 사는 삶이다.
두 번째 방해꾼은 ‘흉내’다. 흉내는 부러움의 표현이다. 부러움이 정신적인 활동이라면, 흉내는 육체적인 활동이다. 흉내를 내는 사람은 진부하다.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표현할 때 독창적이며 매력이 있다. 자신의 고유함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눈에 우연히 보이는 어떤 대상을 부러워하고, 그 대상의 고유함을 자신의 고유함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고유함이란 우주 안에서 한명의 주인을 섬기는 천사와 같은 존재다. 그 고유함은 이동할 수도 재생될 수도 없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흉내 낸다. 자신의 고유한 선율을 연주하는 자는, 처음 듣는 사람에겐 불협화음이다. 그 선율이 남들의 귀에 거슬린다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고유함엔 진성성이 숨어있어, 듣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진성성과 공명하여, 시간이 지나면 가장 감동적인 선율이 되기 때문이다. 흉내는 자신의 고유함을 포기하고 심지어 죽이는 자살행위다.

경주
내가 최선을 다해 참가해야 할 경기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종목에서 나다움을 드러낼 수 있을까? 우리가 인생이라는 경주에 참가하는 이유는,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유한한 시간, 눈 깜짝할 사이인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마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인생의 짧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혜안을 준다. “가장 위대한 의사(히포크라테스)가 던진 금언이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그러나 인생은 충분히 깁니다. 충분히 관대한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잘 투자만 한다면. 그러나 조심하지 않고 사치로 인생을 낭비한다면, 우리는 죽음이 오는 줄도 모르고 죽을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에게 짧은 인생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짧게 만든 것입니다.”
내 인생을 영원하게 만드는 기술은 무엇인가? 히포크라테스는 그것을 ‘예술’이라고 말했다. ‘예술’이라고 번역된 라틴어 원문 단어는 ‘아르스’(ars)이며,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고대 그리스어로는 ‘테크네’(techne) 즉 ‘기술’이다. 라틴어 ‘아르스’는 우리가 흔히 번역하는 대로, 음악이나 회화를 의미하는 예술이 아니라, 굳이 번역하자면, ‘최선’(最善)이다. 최선이란 자신의 삶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며,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최선의 경주다.
나를 위한 최선의 경주는 무엇인가? 이 경주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내 자신과의 경쟁이다. 내가 원하는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최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마치 42.195km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에게 각 구간마다 그 시점에 알맞은 전략을 짜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성공적인 완주의 비밀이다. 지금 당장 내가 마라톤을 뛴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가장 간편한 복장으로 달려야 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달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후덥지근하다. 그러나 나는 성공적인 조깅을 위해, 가장 가볍고 간편한 최소의 복장으로 뛰기 시작한다. 태양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가벼운 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수다. 땀을 잘 흡수하고 통풍이 되는 셔츠와 팬츠, 그리고 가볍지만 쿠션이 좋은 운동화도 필요하다. 조깅복장의 특징은 단순함이다. 단순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태다. 내가 몰입하여 달려야 하는데, 핸드폰이나 물통은 거추장스럽다. 우리가 인생이란 마라톤을 뛸 때,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거추장스런 물건이 있다. 그 물건은 우리를 목표점으로부터 이탈하게 만들고, 우리의 시선을 희미하게 만드는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의 유혹이다. 우리는 그것을 ‘욕심’(慾心)이라고 부른다.

욕심
욕심은 욕망(欲望)이나 열망(熱望)과는 다르다. 욕망은 자신의 처지를 살펴보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내고 집중하는 정신이다. 열망은 자신을 넘어선 위대한 자신을 발견한 후, 그것을 위해 과거의 자신을 유기하고,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해 수련하는 행위다. 욕심은 부러움과 흉내 내기가 만들어낸 육체적인 탐닉이다. 욕심은 육체의 쾌락을 위한 무의식적인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제어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육체적 쾌락을 위한 욕심은 돈과 권력, 혹은 명예를 위한 과도한 집착으로 변한다.
욕심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괴물과 같다. 미노스minos는 기원전 15세기경 크레타 섬에서 사용되던 언어인 선형문자 B에서 ‘왕’이란 의미다. 전설에 의하면, 미노스가 형제들을 물리치고 왕이 되고 싶었다. 미노스의 간절한 기도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올려졌다. 포세이돈은 희생 제물로 바친 흰 황소를 미노스에게 선물한다. 미노스는 흰 황소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 황소를 감추고, 다른 황소를 포세이돈에게 바쳤다. 포세이돈은 분노하여, 미노스 왕의 부인 피시파에를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황소와 파시파에 왕비 사이에 낳은 괴물이 바로 반인반수인 미노타우로스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가 탈출하지 못할 미궁(迷宮), 라비린토스를 만든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의 ‘인페르노’ 제5곡에 괴물 미노스(Minos)가 등장한다. 미노스, 미노타우로스, 그리고 미궁을 모두 융합하여 새로운 괴물을 만들었다. 미노스는 뱀의 꼬리를 하고 지옥으로 가는 두 번째 원형 고리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이 실제로 지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는 지옥으로 내려오는 인간들을 꼬리로 감아 배치한다. 미노스는 우리 모두의 가장 깊은 곳인 미궁에 숨어있어, 우리를 조정하는 욕심의 화신이다. 단테는 욕심을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태풍에 비유하며 말한다. “지옥의 휘몰아치는 바람은 결코 쉬는 법이 없다. 바람은 이 영혼들을 자신의 힘으로 끌고 다닌다. 그리고 그들을 바람에 날려 보낸다. 그들은 뒹굴고, 부딪히고, 결국은 괴로워 소리친다.” (‘인페르노’ 제5곡 31-33행)
 

[윌리엄 블레이크의 ‘미노스’ (1824) ]


아와리티아(avaritia)와 욕심(慾心)
욕심에 해당하는 라틴어 단어는 ‘아와리티아’(avaritia)다. 이 단어는 ‘-을 쥐려하다; -을 바라다’라는 라틴어 동사 ‘아웨레’(avere)에서 파생되었다. ‘아와리티아’는 자신을 가만히 응시한 적이 없어, 타인의 아름다움, 타인의 소유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다. 욕심에는 만족이 없다. 욕심은 기준을 타인이 쥐고 있기 때문에, 욕심의 끝도 없고 만족도 없다. 그것은 마치, 배부른 사람이 습관적으로 더 먹으려는 비이성적인 습관이며, 최고 권력을 쥔 자가 더 많은 권력을 휘두르려는 횡포다. 한자 慾心(욕심)도 이 단어에 숨어있는 의미를 알려준다. 자신이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입을 벌려(하품흠 欠) 더욱 더 많은 곡식을 입(口) 안으로 넣으려는 심정이다. 내가 경주해야 할 경주는 무엇인가? 그 경주에 참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내가 최선의 경주를 위해, 버려야 할 물건들은 무엇인가? 나 스스로에게 만족스런 삶, 나에게 성공적인 삶을 위해, 버려야 할 욕심은 무엇인가?


그림설명
단테 신곡 삽화 ‘미노스’ (1824)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
소장: 호주 멜러른 빅토리아 국립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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