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 반도체·스마트폰 이어 리튬배터리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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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입력 2017-08-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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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기기업체 NEC가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한다. 전기차(EV)용 리튬이온배터리는 한국과 중국, 일본 배터리업체 간 치열한 투자경쟁이 벌어지면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NEC가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하기 위해 전극을 생산하는 자회사를 중국의 투자펀드인 GSR그룹에 매각하기 위한 최종협상에 들어갔다고 3일 보도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2015년 기준)은 일본 파나소닉이 34%, 닛산자동차·NEC가 12%, LG화학 10%, 일본 GS유아사 6%, 삼성SDI가 5%를 차지한다.
 

 


프랑스에 이어 영국이 2040년 휘발유 등 석화연료로 달리는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EV에 사용될 배터리는 시장규모가 2025년에 2016년 대비 5배 늘어난 6조6000억 엔(약 66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튬이온배터리 세계 최대 업체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와 도요타자동차에게 납품하는 등 탄탄한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어 거액 투자를 이어가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NEC는 리튬이온배터리 납품이 닛산자동차에 집중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닛산이 리튬이온배터리 조달처를 NEC 이외로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NEC의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의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이 신문은 닛산이 조달처 확대에 나서면서 NEC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투자에 부담을 느껴 철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NEC가 매각을 검토하는 자회사는 전극제조업체 NEC에너지디바이스로, 이 업체는 주로 닛산의 EV ‘리프’에 탑재될 전극을 생산해왔다. NEC에너지디바이스의 연간 매출액은 150억 엔(약 1500억원)으로 NEC는 중국 GSR그룹에 1500억원을 인수 가격으로 제안한 상태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이에 앞서 닛산이 GSR그룹과 추진했던 배터리 자회사 ‘오토모티브에너지서플라이(AESC)'의 매각협상에 대해서도 NEC는 AESC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최종합의 단계에 들어갔다.

AESC는 닛산이 51%, NEC와 NEC에너지디바이스가 49%를 출자해 만든 회사로 NEC에너지디바이스가 만든 전극을 이용해 배터리를 생산해왔다. AESC의 연간 매출규모는 300억 엔(약 3000억원)으로 매각 금액은 1000억 엔(약 1조원)이 될 전망이다.
 

 


NEC는 풍력발전사업자를 위한 대형축전시스템 등 에너지 관련사업에 필요한 배터리는 외부에서 조달해왔기 때문에 관련 사업은 지속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독일 북부지역에 건설될 유럽 최대 축전시스템 건설을 수주하기도 했다. 축전시스템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진행돼 아시아에서도 향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업이다. 

닛산은 이번 매각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의 연구개발 부문만 남기고, EV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튬이온배터리는 외부 조달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편, 중국 GSR그룹은 IT와 환경 분야에 강한 투자펀드로, 미국과 중국의 차량용 배터리업체에 대한 투자 실적이 있다. 중국에선 환경규제 때문에 EV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GSR그룹은 리튬이온배터리 기술 보유를 통해 중국 국내에서 고품질 차량용 배터리 공급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NEC의 2018년 3월기준 연결순이익은 전기 대비 10% 증가한 300억 엔(약 3000억원)으로 전망된다. 10% 증가라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지만, 지난 2017년 3월에는 인공위성 사업의 악화로 연결순이익이 64% 감소하기도 했다. 

NEC는 2000년 초반 닷컴 버블을 거쳐오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실적 악화로 인한 사업 철수를 반복해왔다. 매출액도 2001년 5조4000억 엔(약 54조원)에서 2016년 2조6000억 엔(약 26조원)으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과거에는 2500억 엔(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418억 엔(약 41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까지만 해도 1000억 엔(약 1조원) 대를 유지했지만, 인공위성 사업에 발목을 잡혔다. 주가도 2000년대 초반에 비해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본 애널리스트들은 NEC의 적절한 경영자원의 배분과 목표 설정,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보이면서 체질 개선을 위해 배터리 사업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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