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채권 소각 '도덕적 해이' 논란 돌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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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08-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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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테이블 첫번째)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각 금융업권별 협회장, 금융공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처리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정부의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 결정을 두고 말이 많다. 연체된 채권을 일률적으로 소각해 주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채권 약 21조7000억원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123만명가량의 채무자들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1인당 1257만원 수준이다.  

최 위원장은 "이는 결코 단순한 비용이나 시혜적 정책이 아니다"라며 "경제 활력을 높여 생산적 금융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진 자가 더 많이 갖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깨기 위해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다.

통상 채권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효가 끝나서 빚 갚을 의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 시효를 부활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경우 채무자는 15~25년 동안 빚 독촉에 시달려야 한다. 여러번 매각되는 채권일수록 돈 받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반면 채권추심 행위는 더욱 가혹해진다. 이번 소각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 보겠다는 단호한 의지다.

하지만 업계는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고 있다. 8년 동안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이 "2년만 더 버티면 소각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빚은 국가가 갚아주는 것'이라는 인식도 조장할 수 있다. 이 빚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이번 소각 대상은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채권 보유자 중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다. 여기에는 연체와 신용 등 빚과 관련된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경기와 실업, 건강, 재난 등 개인 의지와 무관한 외부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빌린 후 이를 갚지 않기 위해서 10년 동안 신용불량자로 살 사람은 많지 않다는 판단이다.  

당국 관계자는 "서민금융은 너무 안 하면 안 한다고 욕을 먹고 너무 많이 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이 딜레마 때문에 과감한 정책이 어려웠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대통령 공약과 맞물려 있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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