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1년새 10배… '커피향' 짙어진 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은주 기자
입력 2017-08-05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茶의 나라' 중국 입맛 점차 서구화, 젊은층·여성 중심 카페 고객 급증

  • 커피 소비액 해마다 15% 이상 늘어… 가격보다 맛·품질 중시하는 고급화 추세

[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기자 90606a@]


#20대 창업가인 쑨링(孫玲)은 3선 도시에 속하는 란저우(蘭州)에서 햇수로 6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하루에 몇 백잔도 우습게 팔릴만큼 장사가 잘되고 있지만 카페를 막 오픈한 6년 전에는 하루에 10잔도 못파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손님 중에는 "이 비싼 돈 주고 커피를 사먹느니 차라리 세차를 하겠다"라거나 "커피 한 잔에 국수가 몇 그릇이냐"며 비싼 커피값에 비아냥대는 손님도 많았지만 이제 카페의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맛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한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 

'차(茶)의 나라'로 불리던 중국의 입맛이 천천히 서구화되면서 중국 젊은층에게 커피와 카페 문화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활 수준도 높아지고 다른 나라와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자, 보수적인 편에 속했던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5000년의 차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 사회는 그동안 서양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커피를 기피해왔지만 이제 커피와 카페 문화를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다. 

전 세계 커피 소비액이 매년 2%의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은 16%로 그에 몇 배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커피가 중국에 처음 등장한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커피가 중국에 처음 등장한 건 불과 100여년 전이다. 각각 300년과 800년이 된 미국과 유럽 등 나라들에 비해 후발주자에 속하는 중국의 커피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런던국제커피조직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커피 소비시장 규모는 700억 위안(약 11조원)이다. 중국의 커피 소비량은 가장 큰 커피 소비시장인 미국의 3조 위안(약 498조원)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다. 전 세계 커피 소비시장 규모는 약 12조 위안(약 1994조원)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연 평균 커피 소비량은 4~5잔 정도로 세계 평균 240잔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큰 도시들의 1인당 연 평균 커피 소비량도 불과 20잔 정도에 불과하다. 1인당 연 평균 소비량이 400잔에 가까운 한국, 일본이나 100잔에 달하는 타이완 등 주변 지역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도시화될수록 커피 소비 가능성은 커진다고 판단한다. 중국 도시인구의 커피 소비 비율이 농촌인구보다 높은 데다가 2007년 이래로 1선 도시뿐만 아니라 2·3선 도시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상업센터·쇼핑몰에 커피 전문점 점포 수가 자연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커피 소비시장은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6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중국 커피, 인스턴트에서 원두로 '고급화'… 커피 전문점 시장도 우후죽순 성장

10년간의 고속 성장을 통해 중국의 커피 산업은 고급화로 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는 지금까지 중국의 커피 시장을 견인해 온 핵심 산업이지만, 커피 문화가 보편화되고 커피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분쇄커피(现磨咖啡)의 발전 가능성이 인스턴트 커피보다 크다고 전망되고 있다. 

소비수준이 향상되고 서구화된 생활습관에 익숙해진 대도시의 중산층 이상 청·장년층 중국인들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커피 한 잔으로 작은 사치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고가의 사치품보다는 고급 디저트나 커피와 같은 고가 음료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커피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요인으로 72%가 커피의 맛과 품질을 꼽았으며, 2%만이 가격을 택했다.

커피 산업에 고급화가 진행되면서 커피 전문점을 찾는 중국인들도 늘고 있다. 

중국 커피정보 제공업체 카먼(咖門)과 요식업 조사기업 메이퇀뎬핑연구소(美團點評研究院)가 공동 발표한 ‘중국 커피 전문점의 생존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커피 전문점 수는 10만개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15년 중국의 커피 전문점 수가 1만여개였던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업계는 데이터에 추가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중국의 커피 전문점은 20만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16개 주요 도시 중 상하이의 커피 전문점 수는 5567개로 2위 베이징과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베이징은 3722개, 3위 광저우는 2714개, 4위 선전은 2290개였다. 1선 도시인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4대 도시의 커피 전문점 수는 전국의 15.7%를 기록했다. 커피 한 잔 가격은 평균 23.8위안(약 3970원)으로, 평균 4000원 안팎인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커피 전문점 방문자 가운데 여성 고객이 70%를 차지했으며, 연령별로는 20~35세의 방문자 비율이 75.3%에 달했다. 이제 카페는 중국에서도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고, 업무용 비즈니스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 커피 산업의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80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 '90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는 4억명이 넘는다. 특히 중국의 핵심 소비층인 중산층 젊은이는 1억명에 달하며, 오는 2030년에는 2억5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