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의존증 때문에 감산 합의도 위태..국제유가 부양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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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07-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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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한때 세계 원유 시장을 쥐고 흔들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말 국제유가 부양을 위해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과 감산을 약속했다. 그러나 원유 의존증을 끊기 힘든 경제 구조로 인해 감산 약속이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 회원국들은 원유에 중독됐다“면서 재정 악화를 지켜볼 수 없어 다수의 국가가 감산 약속을 지키는 데 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간 자료에 따르면 감산을 약속한 OPEC 11개 회원국 중 7개 국가는 약속한 것보다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14개국으로 구성된 OPEC과 10개 비-OPEC 산유국들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종전 대비 2% 가량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후 유가 상승 기대감 속에서 반등하는가 싶던 국제유가는 과잉공급이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연초 대비 하락한 상황이다. 31일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5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에 비해 7% 이상 떨어진 것. 

유가가 기대했던 만큼 오르지 않자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약속 이행 의지도 흔들리고 있다.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약속한 감산량 중 절반만 줄였고 쿠웨이트는 합의 불이행을 선언했다. 지난 주말에는 OPEC 종주국인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 장관이 UAE와 이라크의 에너지 장관들을 만나 왜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지를 추궁했다고 WSJ는 전했다. 

CNBC는 "OPEC의 감산 합의는 이미 균열이 생기고 있다"며 "산유량 감산 합의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OPEC이 흔들리는 이유는 재정 악화 때문이다. OPEC 회원국 대부분은 재정 수입 대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한다. 과거에는 비교적 재정 지출이 적었기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10~40달러 선만 유지돼도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던 2011~2014년 산유국들은 고유가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아랍의 봄과 같은 반정부 시위를 차단하고 무장단체 성장을 막기 위해 위해 국방, 안보 및 사회복지 지출을 대폭 늘렸다.

이때 원유 수출 의존도를 줄이는 경제 개혁을 적극 추진했다면 2014년 시작된 유가 폭락에 따른 심각한 재정 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재정 균형을 맞추려면 나라별로 배럴당 50~140달러에 원유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가가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재정에 구멍이 나기 때문에 수출을 늘리거나 빚을 져야한다.

실제로 WSJ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경우 2014년부터 지금까지 원유 판매에 따른 재정 수입은 60%나 줄었지만 재정 지출은 18%밖에 줄지 않았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는 외환 보유고에 손을 대고 국채 발행에도 나섰다. 아울러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 일부도 상장할 계획이다. 사우디가 최근 수출량 감축 등을 발표하면서 유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한때 시장을 호령하던 OPEC은 감산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신세가 됐다. 글로벌 원유 시장의 점유율도 미국 셰일유의 부상 속에서 40%까지 떨어졌다.

산유국 내 균열이 깊어질 경우 가뜩이나 위세가 약화된 OPEC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RBC캐피탈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상품 전략가는 WSJ에 “유가 부진이 지속될수록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OPEC 회원국들이 ‘뭉치면 산다’라는 원칙에 대해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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