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사실은 불행한 나라, 부탄의 행복마케팅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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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
입력 2017-07-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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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왕은 왕비의 자매 네명과 함께 결혼했다.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가난하고 고생스러운데 "행복하다"고 거의 똑같은 정답을 말한다면, 정말 행복한지 봐야 한다.

북한이탈주민 역시 북한에 있을 때 외국 기자들이 물으면 환하게 웃으며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부탄은 힘들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선지 '부탄은 행복한 나라로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마저 생겨났다. 수도 팀푸에서 붐탕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끔 만나는 검문소(Check point)에서 혼자 다니는 외국인은 제재를 받는다. 관광지에서조차 가이드와 떨어진 외국인은 제지를 당하며 잠시라도 떨어져 있던 가이드는 경찰들에게 심하게 혼난다. 혼자다니면 안 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한 나라도 아닌데, 왜 여행객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하고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제할까? 이게 무슨 의미일까?

우리에게 알려진 부탄의 행복지수(GNH)는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다. 주택, 기부활동, 읽고 쓰기 능력, 지식수준 등에 관한 만족도는 50% 미만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이 전혀 부각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며, 이 조사를 국가가 직접 했다는 점도 부각되지 않았다. 불교국가로 승왕이 있고 그 승왕을 인정하는 왕정과 거의 비슷한 입헌군주제에서 '높은 사람'인 공무원이 와서 행복하냐고 묻는데 "아니다"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휴대폰을 사용하는 공원의 청년들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몇 년 전 쓴 '하도겸 칼럼'(뉴시스 2013년 6월 19일자)에서 이미 “부탄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가?”를 제시하고 나서, 몇 년간 부탄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보기도 하고, 다녀온 분들을 만나봤다. 그들 모두가 부탄에 가서 행복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매우 비싼 여비를 내고 온 만큼의 값어치가 과연 있었나?"라는 질문에 흔쾌히 "그렇다"고 한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최소 300만원 이상을 내고 찾아간 여행지에는 제대로 된 화장실이 부족해서 외국관광객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패키지에서 주는 음식은 대충 먹을 수 있는 별세개짜리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 고급음식은 추가요금을 내야 맛볼 수 있기도 하다.

2006년 4월 22일 이웃 네팔에서 왕정이 무너졌다. 티베트, 시킴에 이어 네팔마저 왕정이 붕괴된 시점의 부탄은 매우 어려웠다. 밖으로는 중국와 인도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했으며, 거센 서구 문명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 역시 상존했다. 왕실은 외척·귀족세력에 의해 때로는 왕이 허수아비가 되는 일도 있었다. 어디든 불교세력은 왕이 아닌 외척과 귀족을 옹호했던 그때 왕은 영국이나 태국 그리고 일본의 예에서 ‘존경받는 왕’을 선택한 것일 수 있다. 형식적인 왕정이양을 통해 입헌군주제를 실시하지만 대부분의 영토는 ‘왕의 땅’을 남는다. 부탄을 경험한 한 네팔인은 "숲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국토의 70%는 산림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는 나라지만, 실제로 보호받는 산림 대부분은 왕의 땅"이라고 말한다. 
 

건설현장의 인도인 불가촉천민들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부탄에서 온갖 궂은일은 인도 비하르 지역에서 온 불가촉천민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다. 또 20여 년 전 교육비와 의료비 무상제공에 앞서 네팔계 부탄인인 힌두교도 10만여 명은 강제 추방되기도 했다. 그 유명한 네팔난민은 실제로 부탄에서 쫓겨난 네팔계이다. 부탄에게서 국민은 불교도로서 종카어를 쓰는 사람에 한한다. 물론 부탄에 아직도 남아 있는 일부 힌두교도들은 선거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의 GNH는 조사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부탄 왕이나 공무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탄 사람들이 정말로 대부분 행복하다고 정말 당신은 믿고 싶은가? (다음편 계속)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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