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명예·존경과세' vs 한국당 '좌파 계급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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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07-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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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측 당정 협의서 ‘말 아끼기’…청와대 여론전 이후 나설 듯

[그래픽=아주경제 DB]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의 ‘꽃’ 중)

여의도발(發) 증세를 둘러싼 이름 붙이기, 즉 네이밍(naming)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증세’ 대신 ‘명예 과세·사랑 과세’(법인세), ‘존경 과세’(소득세) 등의 표현을 쓰며 야당의 세금 폭탄론에 맞불을 폈다. ‘네이밍 정치학’을 통해 조세 저항을 최대한 불식하고 오는 27∼28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만남을 앞두고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민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여의도발 증세를 ‘핀셋 증세’, ‘부자 증세’로 명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증세 네이밍 전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착한 FTA 대 나쁜 FTA’ 네이밍 전쟁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이 진보진영의 반발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자, 정권을 내준 민주당은 MB정부의 FTA를 ‘나쁜 FTA’로 규정한 바 있다.

여당이 프레임 전쟁을 통해 공중전에 나선 사이, 정부는 ‘말 아끼기’에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당·정 협의에서 증세에 관해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증세 여론 띄우기에 나선 당·정은 오는 27일 법인세·소득세는 물론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제도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與 ‘법인세=명예 과세’…‘소득세=존경 과세’

민주당이 네이밍 전쟁에 사활을 건 것은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네이밍은 구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장치다. 정치학적으로 특정 이미지 부여를 통한 ‘구도 선점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 법안 네이밍이 대표적 예다.

추미애 대표가 현행 22%인 2000억원 초과 대기업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신설을 통한 25% 적용, 현행 40%인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 42%로 인상안을 피력한 직후 야권이 ‘표적 증세’라고 반발하자, 민주당은 전날까지 ‘슈퍼 리치 증세’ 등으로 여론 돌파에 나섰다. 서민·중산층과는 무관한 증세라는 얘기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증세’ 표현 자체가 사라졌다. 당·정 협의와 당 오전 최고위원회에서는 ‘비정상화의 정상화’,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을 앞세워 증세 '이름 붙이기'에 나섰다.

추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증세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를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명예 과세’로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초우량 대기업이 세금을 조금 더 내고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랑 과세’, (소득세는) 부자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존경 과세’라고 주장했다.
 

여의도발(發) 증세를 둘러싼 이름 붙이기, 즉 네이밍(naming)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증세’ 대신 ‘명예 과세·사랑 과세’(법인세), ‘존경 과세’(소득세) 등의 표현을 쓰며 야당의 세금 폭탄론에 맞불을 폈다. ‘네이밍 정치학’을 통해 조세 저항을 최대한 불식하고 오는 27∼28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만남을 앞두고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野, 급기야 색깔론 제기…전문가 증세 우려↑

야당은 여당발 네이밍 전쟁과 각을 세우면서 여론전에 맞섰다. 다만 야 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비판의 결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당은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좌파 포퓰리즘 공약, 청개구리 정책”이라며 증세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당 내부에선 여당의 ‘명예 과세’ 등 네이밍에 대해 “말장난을 하자는 것이냐”라는 격한 반응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네이밍 전쟁의 전선은 단순 정책을 넘어 이념 공방 내지 말꼬리 잡기식 논쟁으로 귀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민의당도 “공무원 증원은 나라를 거덜 내는 정책”이라며 국가 파산론을 들고 나왔다. 바른정당도 선(先) 대통령 사과 없이는 증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법인세는 초대기업 116개사로, 전체 신고대상 기업의 0.019%, 소득세는 4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0.08%”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잖은 우려를 표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도 법인세를 15%로 낮춰서 일자리를 만드는 등 세계적 추세는 법인세 인하”라며 “증세는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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