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간 민간개발 허용] 한국판 '라데팡스'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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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7-07-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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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엔 도로, 지상엔 업무·상업시설 조성한 프랑스 ‘라데팡스’...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잡아

  • 민간 디벨로퍼가 개발한 일본 ‘토라노몬 힐즈’...민관협업 성공 사례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도라노몬 힐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향후 도로 상하부 복합 개발에 민간 참여가 가능해지면 국내에도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지구 같은 첨단 도시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 서쪽에 위치한 ‘라데팡스(La Defense)’는 지상공간에는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고 지하공간에는 차가 지나는 대표적인 도로공간 입체 개발 사례로 꼽힌다. 여의도 면적의 약 2.6배에 이르는 760만㎡에 기업 1500여개와 거주자 2만여명이 자리잡고 있다.

늘어나는 업무시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된 라데팡스 개발은 1958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됐다. 프랑스 정부는 ‘라데팡스 개발공사(EPAD)’를 설립해 도시계획을 세워 1964년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이후 정부 주도 하에 높이 제한을 조정하는 등 규제를 탄력 있게 적용하면서 민간 자본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프랑스텔레콤과 같은 프랑스 대기업과 IBM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입주해 있다.

라데팡스 지상에는 상업·문화·주거시설을 갖춘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다. 특히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1989년 준공된 110m 높이의 ‘그랑드 아르슈(La Grande Arche, 신개선문)’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지하에는 고속철도(TGV)·교외철도(RER)·버스가 지나는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해 지상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도로공간 복합 개발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는 52층(247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인 ‘도라노몬 힐스’가 솟아 있다. 이 건물은 건립 당시 도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기록됐다.

노후화된 저층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었던 이곳은 일본 정부의 주도 아래 도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2014년 초고층 복합건물인 도라노몬 힐스가 들어섰고 그 아래로 왕복 4차선 도로가 지나게 됐다. 도쿄도가 롯폰기힐스를 건설한 부동산 디벨로퍼 모리빌딩을 민간사업자로 참여시켜 이 건물을 지었다.

지난해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사업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아쓰시 데구치 도쿄대학교 교수는 이곳을 민·관 파트너십으로 도시계획에 성공한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역 일대 미래비전’이 완성돼 서울역 등 철로가 지하화될 경우에는 프랑스의 또 다른 도시재생 지역인 파리 '리브고슈(Rive Gauche)'와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역의 사례를 적용할 수도 있다.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지역 모습.[사진=국토연구원 제공]


파리 13구역에 위치한 리브고슈는 폐쇄된 창고와 공장들이 들어선 낙후된 공업지역이었다. 하지만 도심에서 가깝고 외곽순환도로와 연결돼 있어 이 일대를 정비하면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1991년부터 '파리개발공사(SEMAPA)'가 재개발을 추진했다.

리브고슈 재개발의 핵심은 센강 인근에 버려진 철로 위에 인공지반을 조성해 상업·업무·주거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재개발 면적은 파리에서 추진된 도시개발 사업 중 가장 넓은 130만㎡에 이른다.

시는 재개발로 확보한 토지를 통해 시민들에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기업들에는 사업 용지를 제공했다. 이후 리브고슈에는 파리의 랜드마크인 ‘미테랑 도서관(파리 국립도서관)’이 문을 열었고, 파리 7대학도 이전했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역 사례는 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는 약 41억 유로(약 5조1600억원)를 투입해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을 지하화하고 이 일대를 교통허브로 만드는 계획이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중앙역 지하화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반대 진영은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를 이유로 저항했다.

결국 갈등은 2010년 경찰이 공사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이후 주민들은 시민대학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개 토론회를 열었고, 2011년 실시한 주민투표에서는 약 58%의 찬성을 얻어 이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지역 모습.[사진=국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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