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국 군사 위협에 굴복… 남중국해 석유 시추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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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7-07-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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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중단했다. 중국의 강력한 군사 위협에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24일 영국 BBC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 석유업계 관계자는 "남중국해에서 시추 작업을 진행 중인 스페인 정유업체 랩솔이 지난주 베트남 정부로부터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이 해역에서 거대한 가스전의 존재를 확인한 후 며칠 만에 나온 조치다.
 

[사진=위키피디아 캡쳐]


◆ 중국 "남중국해 석유 시추 중단 않으면 베트남 기지 공격"

베트남이 석유 시추를 불과 한 달 만에 중단키로 결정한 것은 중국의 강력한 군사 위협 때문으로 보인다. 석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해당 작업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베트남 군사 기지를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추 작업은 앞서 전달 베트남 동남쪽 해안에서 400㎞ 떨어진 지역에서 시작됐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랩솔의 자회사인 탈리스먼베트남에 남중국해 블록 136-03 지역을 임대한 바 있다. 지난 3년 간 중국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시추를 허용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 지역을 완안 베이 21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은 2014년 이 지역을 홍콩에 있는 기업인 브라이트오일에 임대한 바 있는데 최근 그 소유권을 박탈했다. 중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을 산호초와 섬을 포함해 남중국해의 모든 해역을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 중국-아세안,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격화 양상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동남아 국가들이 맞서면서 영유권 갈등이 격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역과 해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인 '남해 9단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차지한다.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중국 군사·안보발전' 연례 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대에서 거점 3곳을 중심으로 전투기 24대를 수용할 수 있는 격납고를 건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중국이 최근 3개월 동안 남중국해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에 미사일 엄폐 시설 4곳을 추가로 건설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통신]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동남아 국가들도 적극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의 어업권 분쟁 대상인 남중국해 일부 해역을 북나투나해로 개명했다. 인도네시아가 북나투나해로 이름을 바꾼 리아우주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은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다. 하지만 일부 면적이 중국이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남해 9단선과 겹쳐 분쟁 대상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석유 시추 중단으로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최근 인도 국영 석유회사인 ONGC 비데쉬에 남중국해 석유채굴권을 2년 연장했다. 석유 채굴 지역의 일부는 남중국해 9단선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남중국해가 뭐길래?

이처럼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한 것은 이 지역이 경제·군사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남쪽에 위치한 바다로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6개 국가에 둘러싸인 해역을 말한다. 남중국해는 군사적 요충지이자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중요한 해상 물류 경로인데다, 풍부한 어족자원과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의 석유매장량은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큐빅피트에 달한다. 중국 해양석유공사(CNOOC)는 1250억 배럴의 석유, 500조 큐빅피트의 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 대륙의 전체 석유매장량과 맞먹는 규모다. 또 전세계 해양 물류의 절반 가까이와 원유 수송량의 60% 이상이 남중국해를 지나고 있다.

200개의 작은 섬, 바위, 산호초가 분포돼 군사 시설을 설치할 경우 동남아 어느 나라도 공격하기 쉽다. 앞서 중국은 2014년 하반기부터 스프래틀리 군도의 7개 암초에 12㎢의 인공섬을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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