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통과 공무원증원 추경… 文정부 ‘공공 개혁’ 최대 난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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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07-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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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과소추계 野 묻지마 반대…45일 최장기간 상임위에 발묶여

  • 의무지출성격 30년 300조 추정…공공부문 개혁 없을 땐 재정부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장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가 회동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정책’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은 형식과 내용에서 크게 후퇴한 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애초 1만2000명이었던 공무원 일자리 충원계획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지방 공무원(7500명)을 제외한 4500명으로 축소되더니, 결국 2575명으로 반토막났다.

또한 추경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26명이 불참, 개의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 미달 사태를 맞았다.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의 의원 수는 180석. 개의 정족수에 4석이 부족하자, 자유한국당(107석)에 ‘수혈’을 요청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추경 의결 직후 “여당도 야당도 패자”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1% 미만인 공무원 증원액, 99% 발목잡기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 협치의 첫 시험대였다. 하지만 산산이 조각났다. 추경이 45일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참여 정부와 이명박(MB) 정부, 박근혜 정부의 추경 평균 처리기간(국회 본회의 의결과 국회 제출 시점의 차)은 각각 27일·61일·30일이다. 참여 정부와 직전 정부 평균 처리 기간을 웃돈 셈이다.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테이블에 오른 것은 37일이 지난 14일이었다. 보수 정권인 MB·박근혜 정부의 추경안은 각각 5일과 하루 만에 예산특위에 상정됐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일자리 추경의 핵심 쟁점은 ‘공무원 증원’(80억원). 이는 추경 전체 액수 중 0.07%에 불과한 비율이다. 1%도 채 안 되는 공무원 증원 문제가 99.93%의 추경 전체를 장기간 표류하게 한 셈이다.

여야 간 갈등 끝에 애초 11조1869억원보다 1537억원 순감한 11조332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감액분에는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원도 포함됐다. 대신 올해 본예산 예비비(500억원)에서 충당키로 했다. 4500명에 달했던 중앙공무원 채용계획은 크게 줄었다.

여기엔 공무원 증원 예산의 특수성이 깔려 있다. 공공부문은 한 번 편성하면 줄일 수 없는 ‘의무 지출적’ 성격을 가진다. 공기업 등 공공부문 개혁 없이는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경 논란이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가 적지 않은 셈이다. 

◆공무원 증원, 의무지출사항…30년간 300조 훌쩍
 

23일 국회에 따르면 참여 정부와 이명박(MB) 정부, 박근혜 정부의 추경 평균 처리기간(국회 본회의 의결과 국회 제출 시점의 차)은 각각 27일·61일·30일이다. 참여 정부와 직전 정부 평균 처리 기간을 웃돈 셈이다.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테이블에 오른 것은 37일이 지난 14일이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번 추경으로 채용되는 중앙공무원은 △경찰 1004명 △군 부사관 652명 △인천공항 조기 채용 537명 △근로감독관 200명 △조류인플루엔자(AI) 관리예방 82명이다. 지방교부세 등으로 지방공무원 7500명(사회복지·소방관·재난안전 각각 1500명·교사 3000명)도 채용하지만, 장기적 인건비 대책은 없다.

법으로 고용 의무를 강제한 공무원의 인건비는 국가의 재정과 직결된 문제다. 사실상 ‘권고적’ 성격에 불과한 추경 편성의 법적 근거인 국가재정법 제89조에 의한 예산 편성이 ‘법적 강제성’을 가진 공무원 인건비 증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보수 야당이 공무원 채용 반대를 고리로 정부와 벼랑 끝 전술을 펼쳤던 이유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에 의뢰해 분석한 ‘신규 공무원 채용에 따른 비용’ 보고서에서도 2018∼2022년 매년 3만4000명씩(9급 공무원 순차적 채용) 30년간 소요하는 인건비를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총 추가 부담은 327조7847억원이다. 이는 2000년 이후 공무원 평균 보수상승률 3.73%포인트 인상분을 적용한 수치다.

◆公부문, 낮은 재정승수…공공개혁 없을 땐 재정부담

더 큰 문제는 국가 재정의 큰 그림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추경안은 재정지출을 과소 추계했다. 야당은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것을 우려, 대안 없이 ‘묻지마 반대’에만 집착했다.

특히 일자리 추경의 핵심인 공무원 증원은 ‘재정승수’(정부의 재정지출 한 단위가 증가·감소할 때 국민소득의 증감을 나타내는 지수)가 낮다는 게 경제학·재정학회의 대체적 견해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는 이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추경 편성 요건을 강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함께 ‘공공부문 개혁안’을 추경과 동시 추진했다면, 추경안이 역대 최장 기간 상임위에 묶이는 결과는 피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 때도 4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공공·노동·금융·교육’ 개혁이 추진됐지만, 사회적 갈등과 탄핵 등으로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여당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난제는 공공개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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