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증세론]​보편증세없는 부자증세 연 4조…문 정부 정책 예산 178조엔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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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7-07-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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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연 부통리 등 경제사령탑 제외…정치적 결정 아쉬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 날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초반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증세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슈퍼리치에 대해서만 세금을 더 걷겠다고 선을 그었다. 방법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방법이 유력하다.

새 정부의 정치‧경제적 기조와 일맥상통하지만, 문제는 이들만으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예산인 ‘178조원’의 재원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증세 논의의 대상‧세목이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 차원에서 결정되면서 경제 전반을 돌보는 경제수장의 목소리가 묻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 상황과 영향이 고려되기보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얘기다.

23일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추 대표의 증세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25%로 인상, 소득세는 5억원 초과구간 신설 및 최고세율 42% 적용이다.

세율 산정의 기준인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의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면 추가 세수 증가분은 2조7000억원(기재부 추산)에서 2조9300억원(추미애 대표 추산)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삼성, 현대‧기아차, SK 등 대기업을 포함한 116개 기업이다.

소득세는 5억원 초과 구간 세율이 2%포인트 높아지면 1조8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고세율 인상과 과세표준을 3억원으로 낮추면 최대 1조2000억원까지 추가세수가 걷힐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부자증세’로 기대할 수 있는 재원 마련 규모가 연 4조원 안팎인 셈이다.

그러나 부자증세만으로는 주요공약에 필요한 178조원을 소화할 수 없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세입 확충 82조6000억원 중 60조5000억원이 세수 자연증가분이다. 비과세‧감면 정비로만 11조4000억원, 탈루세금 징수 강화로 5조7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비과세‧감면은 대기업‧고소득자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여 부자증세와 함께 이들 계층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탈루세금 징수 강화는 사실상 국세청의 조사강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세수풍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년 예상보다 12조1000억원씩 늘어난다는 것은 지나치게 경기를 낙관한 셈법이라는 지적이다.

직접증세와 간접적인 증세(비과세‧감면)가 기업에 쏠려 이에 따른 경영위축의 영향도 배제돼 있고, 세계경제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60조2000억원(매년 12조400억원)은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여야 한다. 올해 국방예산(40조3000억원)의 1.5배 규모를 지출 부문에서만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부자 증세를 추진하되, 중장기적으로 ‘보편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보편증세는 부자 증세를 부정하지 않지만,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전체적인 조세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소득세의 경우,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46.5%가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최소한 이들 중 2015년 연말정산 파동과 함께 ‘무임승차’한 상위구간은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고소득자 비과세 감면 축소→부자 증세→일부 계층 비과세‧감면 축소→보편증세’로 이어지는 중장기 조세개혁 로드맵 제시가 필요성도 제기된다.

증세 결정 과정이 경제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아닌 정치적 셈법에 의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와대와 여당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부자 증세의 큰 방안이 결정되는 사이, 나라살림을 꾸려가는 경제수장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경제정책의 주요 방향도 자신의 입을 통해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부자 증세가 발표되는 시점에서 향후 우리 경제 영향이나 우려에 대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았고, 새 정부의 조세정책 로드맵도 부재했다. 경제부총리가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획재정부의 핵심 업무인 주요 조세‧재정정책 결정이 ‘조세‧재정 특별위원회’를 통해 이뤄지는 점도 경제팀은 물론 경제수장의 힘을 빼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한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우선 증세 논의는 조세‧재정특위에서 전반적인 조세‧재정 개혁 로드맵을 마련한 뒤 결정될 사안”이라며 “정부부처 차원에서 (일부 구간증세 필요성을)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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