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정책검증] 수능 절대평가,입시부담 줄까?.."300만원에 논문도 대신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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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효 기자
입력 2017-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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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하는 3개 교육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2021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공약을 즉시 이행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해 말 터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렸고 이후 실시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탈권위ㆍ소통 행보를 보였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0-80%를 기록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이로 인한 사상 최악의 살인적인 취업난과 고용불안, 양극화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이 탈권위ㆍ소통 행보만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계속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현재 겪고 있는 이런 고통들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들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관건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이거나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주요 정책들의 실효성과 미칠 영향 등을 객관적으로 심층 분석ㆍ검증하는 시리즈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입시지옥 원인은 수능이 아니고 높은 입시 경쟁률

 문재인 정부가 추진을 예고하고 있는 주요 정책들 중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제일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절대평가다.

 현재처럼 수능 점수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 ‘90점 이상이면 90점이나 100점 모두 1등급을 부여’하는 식으로 수능 체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것.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있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방안에 대한 고등학교 교원 간담회에서 “현행 수능은 객관식 상대평가로 학생 간 무한경쟁, 획일적인 점수 위주 선발, 수능 대비 문제풀이 수업 유발 등 여러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며 “2015 개정교육과정 취지 구현 등 고교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0여개 학생·학부모·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새로운 교육체제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는 이 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2021학년도 수능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실시하고 현행 한국사·영어영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9등급제 절대평가도 5등급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수능 절대평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부 하에서도 대입에서 수능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지만 수능 절대평가는 진보진영의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기회의 평등’ 뿐만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추구하는 진보진영 입장에서 전국의 60만명이 넘는 수험생들을 수능 점수 하나로 줄 세우는 수능은 눈엣가시 같은 제도일 수밖에 없다.

 ▲수능 폐지돼도 입시부담 안 줄고 ‘줄 세우기’ 불가피

 하지만 문제는 설사 수능이 폐지된다고 해도 학생들이 현재 겪고 있는 입시부담은 전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능이 폐지되더라도 지원자가 100명이고 입학정원이 20명이라면 지원자 100명 중 80명은 탈락하고 20명만 합격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즉 경쟁의 강도는 경쟁률에 따라 달리지는 것이지 수능이 없어진다고 해서 경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지원자 모두를 합격시키지 않는 이상 ‘줄 세우는 기준’이 달라질 뿐이지 ‘줄 세우기’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다.

 수능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도 ‘줄 세우는 기준’이 수능 점수가 아닐 뿐이지 역시 학생부로 수험생들을 줄 세워 수험생들을 합격시키고 불합격시키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가 전면 시행되지 않았을 뿐이지 2018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74%를 수시로 선발할 정도로 이미 대입에서 수능 비중은 극도로 적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입시지옥은 계속되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가 입시부담을 줄이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학종,수백만원이면 학생부 성형시키고 소논문도 대신 써줘”

 수능 절대평가가 전면 시행되면 대입 단순화는 더 어려워진다. 지원자 100명이 모두 수능 1등급이라도 입학정원이 20명이면 대학 입장에선 80명은 불합격시켜야 하기 때문에 대학별 본고사 등 다른 전형을 실시하거나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 개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출신 고등학교나 부모의 재력 등이 합격 여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 딸이 있다는 한 학부모(여,46)는 20일 “사교육 업체에 500만원 정도만 내면 학교생활기록부를 대학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형시키고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며 “300만원 정도면 대학에 낼 소논문도 대신 써 준다. 나는 돈이 없어 우리 딸은 본인이 스스로 소논문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학종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능보다 부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적으로 봐도 한국교육개발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1998-2002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대입 제도는 수능과 내신 성적 중심의 단일 입시 제도였다. 이랬던 지난 2002년 우리나라 초ㆍ중ㆍ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9만4000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시 전형이 본격 시행된 2003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3만8000원, 지난 해에는 25만6000원으로 급증해 수시 전형 확대가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주)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가 지난 달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의 만19세 이상 69세이하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3.5%가 “학생부종합전형이 사교육을 가장 많이 유발한다”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수능 성적 위주 정시는 23.5%였다.

 ‘대입전형 유형 중 계층 간 격차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전형’으론 응답자의 45.1%가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답해 역시 1위를 차지했다.

 안선회 중부대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는 “수능 절대평가는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시켜 사실상 수능위주 정시전형을 무력화하거나 대폭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를 시행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의 대폭 확대를 가져와서, 결국 국민들의 큰 고통과 반발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의 균형을 50 대 50으로 유지해야 고3 시기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다”며 “수능 출제는 교과지식 암기능력 측정이 아니라 고급사고력, 특히 창의력,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해 고교 교육을 고급사고력, 특히 창의력,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중심의 교수-학습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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