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종합] "걱정, 또 걱정"…'군함도'를 대하는 류승완 감독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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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7-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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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 배우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군함도’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 몰랐어요. 영화의 작은 것 하나하나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무섭습니다.” (류승완 감독)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공동제작 필름케이·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1945년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군함도라는 아픈 역사와 스타 감독 류승완의 만남, 거기에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제작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뒤늦게 알려졌던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에 대한 죄의식 때문이었을까? 제작보고회 때부터 류승완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화제를 몰았고 영화는 ‘필람 무비’로 손꼽히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1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언론시사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이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류 감독은 “‘군함도’를 알리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 건 아니었다. ‘군함도’를 알린다는 것이 목적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순수하게 군함도의 이미지를 보고 그 안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을 상상했고 그것이 저를 자극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은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라고.

앞서 류 감독은 “‘군함도’는 극단적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소위 감성팔이, 국뽕에 의존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자신한 바 있다. 이는 극 중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증명됐다. 일본인과 조선인, 선인과 악인이라는 이분법적 분리를 배제하고 갈등과 배신이라는 장치를 넣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인물들을 표현해낸 것이다.

류 감독은 “조선인을 여러 방면으로 묘사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실제 사료를 보면 나쁜 일본인만 있던 것도, 착한 조선인만 있던 것도 아니었다.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시대 배경에서 쉬운 이분법적 사고는 오히려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어 “현재 일본이 군함도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했는데 그것 역시 비난의 화살을 일본에만 돌릴 수 없다. 우리 내부를 돌아보면 당시 외교부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제가 다루고 싶은 건 일제강점기 제국주의를 가지고 악을 씌워 다루려는 게 아니라 전쟁 과정 속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또 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류승완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 시간을 가지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400여 명이 군함도를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류 감독은 극 중 조선인들이 지옥섬 군함도를 탈출하는 모습을 삽입한 것을 두고 “저의 소망”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군함도’를 탈출한 사례들이 꽤 있었다. 개별적으로 탈출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탈출하지는 못했다. 안타까운 것은 군함도에서 빠져나오더라도 바다에서 죽은 이들도, 근처 섬에서 죽은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제게 이 섬의 이미지는 감옥이었고 그 안에 있는 조선인들을 탈출시키고 싶었다. 저는 다큐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만든 세계 속에서 인물들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저의 소망이랄까? 많은 사람이 가진 희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묵직하고 웅장하며 심오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작품을 대하는 감독·배우·관객의 태도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류 감독 역시 부담을 느끼는 상황.

그는 “규모가 커지고 많은 말이 오가며 관심을 얻게 될 줄 몰랐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역사를 여름장사 속으로 내놓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우리 작업이 실제 역사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실제 역사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그게 제일 조심스럽다. 우리가 발언만 해도 화제가 되고 큰 영향을 미쳐 무섭다”고 털어놨다.

특히 류 감독은 “우리 영화가 ‘필람 무비’라 호보되고 있는데, 세상에 꼭 봐야 하는 영화는 없다. 하지만 ‘군함도’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다. 혹시라도 우리 영화가 꼴 보기 싫더라도 역사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 김수안이 주연을 맡은 영화 ‘군함도’는 7월 26일 개봉된다. 러닝타임은 132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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