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 中 대학생, 군입대 열풍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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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김미래 통신원
입력 2017-07-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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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각한 취업난에 고학력자 입대 늘어

  • 혜택 많지만 후진적 병영문화는 여전

[김미래 상하이통신원]

녹색 군복을 입은 예비역 군인들이 캠퍼스 한 가운데 신병 모집 부스를 차리고 앉아 있고 “우수한 남자여, 군인이 되어라(好男儿当兵去)”라고 쓰여진 붉은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낀다.

대학생 신병 모집이 시작된 상하이 시내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현재 상하이(上海)는 정부의 군복무 장려 정책에 발맞춰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학력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

관련 부서의 보고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최근 5년간 대학생 출신 신병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체 신병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문인 사대부가 줄곧 사회적 주류를 점했던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군인에 대한 경시 풍조가 만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의 정예화, 전문성 향상을 목표로 대졸자와 대학원생 등 고학력자를 대상으로 군 복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비단 남성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여군 모집도 한창이며 호응도 제법 뜨겁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인민해방군 여군 장교 출신이다.

이처럼 상하이 대학가에 불고 있는 군입대 열풍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상하이 대학생들에게 군대는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입대 장려 정책에 따른 다양한 우대와 혜택은 군복무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대졸생 군무 복역자에게는 20만 위안(약 3300만원)에 상당하는 각종 학자금과 장려금 혜택이 주어진다. 대학원 진학도 한결 수월하다. 예비역 대학생 사병 전형이 별도로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10점 이상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입대 시기가 연말에서 졸업 시즌인 6, 7월로 조정되면서 군입대가 대학생에게 졸업 이후 하나의 선택지로서 제공된 측면도 있다.

취업 준비가 덜 됐거나, 구체적인 진로 모색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생에게 의무 복무기간 2년은 졸업 유예기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복무를 마친 후에는 지원병으로 전환해 직업군인으로 근무할 수도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학생들에게 군복무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가 된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반부패 수사극 ‘인민의 이름으로’라는 드라마에서 청년 장교들의 활약상이 그려져 매력적인 군인상을 조명한 것도 반향이 컸다.

한국에서 MBC ‘진짜사나이’와 같은 군생활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군대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군입대 열풍에는 군복무가 상하이 호구를 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경로라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상하이시의 호적정책에 따라 외지 출신의 대학생, 대학원생은 군복무 기간의 성적에 따라 상하이 호적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상하이 호적의 환산 가치는 약 90만 위안(약 1억4900만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도 베이징(北京)의 호적 가치(50만 위안)를 웃돌고 있으며 30만 위안인 광저우(廣州)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서는 해당 지역의 호적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여러 불편을 겪게 된다.

의료보험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향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주택과 자동차 구매, 자녀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불편과 비용이 따른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물론 ‘맞선 시장’에서까지 상하이 호적자를 선호한다.

상하이 호적 유무가 하나의 스펙처럼 취급돼 취업은 물론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됐다.

그러나 군입대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군복무를 마치고 석사과정에 진학한 대학원생은 군복무 기간의 고충으로 “학업중단의 부담과 부대시설의 열악함”을 꼽았으며 “무엇보다 힘든 것은 선임들의 억압과 괴롭힘”이라고 말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병영생활의 고질적인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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