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칼럼] 중국의 진정한 동맹국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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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칼럼니스트
입력 2017-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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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재현(상하이교통대금융학 박사)]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후에 ‘혈맹’이라는 표현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시 주석이 “과거에 북한과 선혈을 나누는 관계였으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북·중 관계는 혈맹’이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의 동맹은 어떤 나라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우리가 한미동맹을 혈맹이라 부르는 것처럼 북·중 관계 역시 혈맹으로 불려왔다. 가슴 아픈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에 중국 역시 참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2년 한·중 수교를 기점으로 북·중 관계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개혁·개방을 추진한 후, 중국은 점차 실리 위주의 정책노선으로 전환했으나 북한은 변화를 거부했다.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사실상 북·중 관계는 혈맹의 의미가 퇴색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양국이 서로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서 북·중 관계는 애증의 관계다.

국제 정치에서 동맹과의 협력은 아주 중요하다. 중국은 적극적인 다자협력을 통해 주변국가와의 동맹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대표적인 다자협력기구가 바로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다. 최근 중국이 추진하는 역점사업인 일대일로 역시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국가와의 협력강화가 필수적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중국이 유학생에게 부여하는 장학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 중국 대학의 석·박사 유학생 장학생 중 한국 학생 비율이 꽤 높았다. 한자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고 가깝다 보니 다른 국가보다 유학생이 워낙 많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대 초반부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유학생들이 중국 대학에서 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은 경우다.

실례로 최근 베이징(北京)시는 일대일로 유학생 장학금 제도를 신설했고 올해에만 일대일로 인접국가의 유학생 50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미 베이징이공대학의 유학생 2000명 중 70% 이상은 일대일로 인접국가 출신이다.

일대일로도 잘 추진되는 것 같고 중국의 동맹이 크게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 중국의 진정한 동맹은 많지 않다는 데 중국의 고민이 있다.

중국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 중 하나는 “국가 간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것은 이익뿐이다”라는 말이다. 얼마 전 한 중국 지식인이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에 올린 글도 이 표현에 의문을 제시하면서 시작했다.

이 중국 지식인은 국가 간의 친구는 3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며 첫 번째는 이익관계라고 말했다. 즉, 내가 경제적으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면 상대방도 나를 지지해주는 상호이용에 기반한 관계로, 가장 기본적이고 낮은 수준의 국가관계다.

둘째는 문화와 감정에 기반한 관계다. 양 국이 동일한 문화 유전자를 공유할 뿐 아니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왔고 양국 간 국민 감정 역시 양호한 경우다. 셋째는 동일한 가치관과 체제뿐 아니라 공통의 목표를 가진 관계다. 흔히 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동맹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 중국의 친구는 어느 나라일까? 첫째 영역에 속하는 나라는 많다.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와 일대일로 인접국가, 특히 최근 관계가 밀접해진 러시아도 포함된다.

모두 밀접한 경제교류와 공동의 이익을 가진 국가다. 둘째 영역에 속하는 나라는 파키스탄이 대표적이다. 파키스탄은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때 군용 텐트까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상당히 가까워졌으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에 처해 있다.

셋째 영역은 사회주의 가치동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도 상황은 좋지 않다. 현존하는 사회주의 국가는 중국, 베트남, 쿠바와 북한이다. 사회주의 이념은 유명무실해졌고 모두 각자도생하는 상황이다. 베트남과는 전쟁까지 치렀고, 쿠바와는 별 교류가 없다.

결국 중국의 진정한 친구는 파키스탄밖에 남지 않는다. 14억의 인구를 가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는 약간 씁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반도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애매하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문제뿐 아니라 양국의 다른 정치체제와 가치관도 장벽으로 작용한다.

사드 배치 문제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긴 호흡을 가지고 한·중 관계를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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