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고령사회에 켜진 빨간불 '가족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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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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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의 파산 | 낙원남녀 | 3으로 생각하라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가족의 파산' NHK스페셜제작팀 지음 | 홍성민 옮김 | 동녘 펴냄
 

'가족의 파산' [사진=동녘 제공]


혼자 살던 일본의 한 노모(老母)는 건강 악화로 딸 부부, 외손자와 동거에 들어간다. 딸 부부는 고령의 어머니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어머니의 연금을 더해 생활비를 충당한다. 빠듯한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머니가 병환으로 수술과 입원이 필요하게 됐지만 딸 부부는 병원비를 감당할 여유가 없었다. 노모는 그 상황 자체가 몹시 힘들었다. "수술비, 병원비 때문에 딸에게 부담을 주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막다른 곳에 내몰린 노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가 동거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족 구성원 누군가가 자살을 택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현실이 됐다.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중장년이 돼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어려워져 고향으로 돌아오는 등 '가족 파산'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일본 NHK는 '노후파산의 현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직 연금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독거노인의 문제를 다뤘다. 이 프로그램이 젊었을 때 노후를 대비해 열심히 저축하거나 연금을 준비해왔던 사람들조차 정작 노후에 이르러 파산을 했거나 파산 위기에 몰려 비참하게 살고 있는 현실을 다뤘다면,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부모와 가족이 함께 파산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통계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노인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가족 파산은 워킹푸어, 무연(無緣)사회, 독거노인 등과 더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고령자와 그 가족을 밀착 취재해 비참한 현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앙케트 조사 결과, 칼럼 등을 통해 그 구조적인 원인과 해법 등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232쪽 | 1만5000원

◆ '낙원남녀' 나혁진 지음 | 황금가지 펴냄
 

'낙원남녀' [사진=황금가지 제공]


하드보일드 느와르부터 액션 스릴러, 본격 추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추리소설을 써 온 나혁진 작가가 이번엔 유쾌한 수사극을 들고 돌아왔다.

장편 추리소설 '낙원남녀'는 허당 초보 탐정과 미녀 조수 콤비가 선보이는 수사극으로, 가상의 공간인 '낙원아파트'를 배경으로 2년 동안 미제로 남아 있던 한 건의 살인 사건과 한 건의 상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낡고 조그마한 낙원아파트에는 '낙원회'라는 이름의 자원봉사 모임이 있다.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이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지만, 어느날 이곳의 회원 두 명이 연속해서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걸어다니는 소문 제조기' 최순자 아주머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의 낙원회 의자 위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미모의 여비서 유지혜는 아파트 후문의 화단 위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호송된다.

피해자 두 명의 공통점이라고는 낙원회 소속이라는 것뿐. 알부자 전직 대령, 생기발랄 가수 지망생, 평범한 직장인 부부, 인기 드라마 작가, 중후한 외모의 음대 교수 등 그저 평범해 보이는 회원들 가운데 자신의 이웃의 목을 조르고 배에 칼을 꽂은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또 그 동기는 무엇일까?

범인을 특정해 나가는 과정에 적당한 긴장감이 배어 있는 추리물이지만,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간극으로 고민이 많은 20~30대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시대 보고서이자 범죄에 휘말린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던 한 젊은 여성이 용기를 갖고 원래의 삶을 다시 살아나가는 모습을 다룬 성장기이기도 하다.

452쪽 | 1만3800원

◆ '3으로 생각하라' 사이토 다카시 지음 |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3으로 생각하라' [사진=와이즈베리 제공]


금·은·동메달, 진선미, 삼총사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유독 숫자 '3'을 좋아한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도 출연자들이 '왜 사람들은 3을 좋아할까'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정도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곁에 두고 읽는 니체' 등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300만 독자를 거느린 사이토 다카시는 "3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영화를 말해보세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은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영화 제목을 한두 개 내뱉고나서 생각을 멈추지만, 몇 가지를 말할지 숫자를 정해두면 두뇌 엔진이 가동된다는 것이다. 사이토는 "(3은) 머뭇거리지 않고 생각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숫자라고 말한다. '베스트 영화 5'을 고르라고 하면 제목만 떠올리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베스트 3'를 고르라고 하면 일단 해보자는 의지가 생기면서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3의 사고법'은 모든 생각의 결과물을 3가지로 선택하고, 나누고, 평가하는 방법이다. 단순하게는 저녁 메뉴를 선정하는 것부터 결혼 상대 고르기, 업무 배분, 인생 계획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용해 볼 수 있다.

'3개의 문장만 뽑아내면 근사한 서평과 영화평을 쓸 수 있다' '3개씩 영어 단어를 묶으면 금세 외울 수 있다' '긴 보고서도 3장으로 구성하면 막힘없이 쓸 수 있다' 등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는 얼핏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지만, 1년에 십수 권의 책을 출간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방송에 출연하는 그의 비결이 '무엇이든 3으로 생각하는 습관'에 있다는 것까지 부정하긴 힘들다. 

책은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모바일 디지털 시대, 의외의 해답은 '단순함'에 있고 이 단순함이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188쪽 |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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