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中 '일대일로'와 '개방적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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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7-07-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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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대일로' 대규모 프로젝트, 전세계 거버넌스 변화 의도… 中은 외교 핵심키워드로 부상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박사)]

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박사)

지난 5월 베이징(北京)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정상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총 29개국 정상을 포함, 130여개국의 고위급 대표단 15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포럼이었다.

일대(一帶)와 일로(一路)에 더해 최근엔 북극항로와의 연결선인 일도(一道)까지 추가되면서 일대일로는 명실공히 동아시아 및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뻗어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국이자 다섯 번째 지분 참여율을 보유한 한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은 중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못 받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에야 방문 건이 성사됐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경제, 산업, 무역, 금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됨을 의미한다.

이는 사실 예견됐던 바다. 일대일로에 관한 중국 정부의 첫 공식문건인 ‘일대일로 공동비전과 액션플랜’은 중국 상무부, 발전개혁위원회뿐 아니라 외교부와의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2015년,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심지어 중국외교의 핵심 키워드가 일대일로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미국의 ‘신실크로드 정책’이나 러시아의 ‘유라시아 연맹’ 등 강대국들이 중국 주변에서 전개하는 지역통합전략에 대한 반작용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일대일로에는 중국이 자신의 주변에 형성돼 있는 기존 강대국 중심의 질서를 완화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투영해 나가려는 의도가 내재돼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강대국의 위상을 추구해왔다. 지난해 8월 17일 ‘일대일로건설공작좌담회’를 항저우 G20 회의 직전에 개최했다. 여기에는 향후 일대일로 전략과 ‘G20 행동계획’을 통합적으로 추진해 전 세계 거버넌스를 변화시켜 나가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일대일로의 순조로운 추진을 뒷받침하면서 G20 정상회담이라는 홈그라운드 외교를 통해 미국이나 서구가 아닌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판세를 주도하는 주요 행위체임을 국제무대에서 드러내려 했던 것이다.

거버넌스란 흔히 ‘이념’과 연동되는데, 중국정부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로운 이념과 방식을 탐색하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어젠다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전 세계 무역의 새로운 규칙 제정권을 선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대일로에 대해 미국은 처음부터 경계심을 보였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동아시아 및 아태지역을 세계전략의 중심으로 간주했으며,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성장이 자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동맹국인 일본이 제안한 아시아통화기금(AMF)에도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창립국을 모집하자, 미국은 자신의 동맹국들에 참여하지 말라는 은근한 압력을 가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은 미국에 협력의 문을 열어놓는 노련함을 보이고 있다.

일대일로 추진에 있어 한정된 공간적 개념을 설정하지 않고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표방하고 있다. AIIB에 미국의 참여를 요청하거나 AIIB의 구체적 투자계획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orld Bank)과의 합작을 추진하는 등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충돌하거나 마찰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일대일로의 기본 노선에서 제외시켰다.

고대 실크로드의 역사적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는 양국이 대상에서 빠진 반면, 오히려 역사적 근거가 불분명한 남태평양 노선이 ‘21세기 해상실크로드’ 노선에 포함됐다.

인프라 구축에 강한 노하우를 보유한 한국은 많은 민간기업의 수요와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려는 정부의 입장 등이 맞물려 일대일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성장하는 중국 경제라는 ‘엔진’에 올라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임무이자, 그간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 일정부분 기여한 한국이 누려야 할 권리이기도 하다.

특히 일대일로의 6대 경제회랑 중 우리와 가장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중국·몽골·러시아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해 막힌 북한을 뚫고 한반도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다만 일대일로에 반영되는 정치·안보적 논리를 세심하게 인지하고 신중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중국이 자국 이익에 반할 경우 안보 이슈에 경제적으로 대처하고 일대일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분명한 선례를 남겼다.

이것이 중국이 그토록 중시하는 주변외교에서 하나의 부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도 인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국이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AIIB나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 참가한 것은 중국의 대표적인 주변외교 성공사례였다.

사드보복으로 인한 한·중 관계의 악화는 중국의 일대일로 및 주변외교가 미·중 간 정치·안보 분야의 상호대립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중국이 이를 극복할 구체적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나타냈다.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여지도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일대일로 참여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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