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Essay] 동해‧남해 접경 '송정'···그곳 커피숍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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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균 기자
입력 2017-07-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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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일출, 엄숙함 자아내

송정이나 달맞이 커피숍에서 보는 여름 일출은 매일 보아도 가슴속 저 밑부터 엄숙함을 자아낸다. 


(부산) 정하균 기자 =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이어지는 해안 지역은 천혜의 절경으로 예부터 이름이 높다. 

해운대~송정 구간에 기차가 다니던 시절 무궁화호를 타고 가던 승객들은 미포를 지나면서 펼쳐지는 해안을 구경하기 위해 약속이나 한듯 창가로 몸을 던지는 해프닝을 벌이곤 했다.

어떤 이들은 해안초소가 설치돼 있을 당시 달맞이 길을 놔두고 굳이 미포에서 청사포로 잇는 길을 뚫고 가다가 초병이 총을 겨누며 '수하'(誰何)하는 바람에 술이 확 달아났다는 경험담도 털어놓곤 했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동해남부선 올림픽교차로∼해운대∼송정∼동부산관광단지 9.8㎞ 구간엔 해당 철로의 복선화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의 3포(浦‧포구)로 알려진 미포-청사포-구덕포.

3포 앞 해역은 동해와 남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접경이어서 부서지는 파도의 정취를 한결 더 가슴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기차가 다니지 않으면서 선로를 따라 맨 먼저 달려들 듯 자리를 잡은 대표적 건물은 커피숍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름나 있다는 커피숍은 죄다 이곳에 진출해 저마다 갖가지 인테리어 컨셉트와 특색을 자랑하며 고객끌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곳에도 이른 아침에 문을 열어 놓은 곳은 몇 안된다.

새벽에 미포를 거쳐 달맞이 고개를 넘은 뒤 송정으로 이어지는 해안로를 돌아보면 문을 24시간 여는 곳은 달맞이와 송정에 있는 할리스 2개점과 송정 엔제리너스 커피숍 정도다.

나머지 수십 곳은 모두 오전 10시 이후에 문을 연다.

송정이나 달맞이 커피숍에서 맞는 여름 일출은 매일 보아도 가슴속 저 밑부터 엄숙함을 자아낸다.

이른 아침 이곳 커피숍을 찾아가면 주로 어떤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원나잇 차수변경으로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술 취한 커플들이 으레 많을 것이란 걱정은 적어도 필자의 경험상 안하셔도 될 것 같다.

가끔씩 단체 모임을 가진 남녀들이 다소 번잡스런 대담으로 이른 아침 분위기를 깨는 상황도 목격되지만 대체로 여름 해변의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데 방해를 받은 일은 거의 없었다.

아직도 이곳 해운대 3포지역 커피숍은 분위기 하나 만큼은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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