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강호X토마스 크레취만 '택시운전사', 억지와 강요 없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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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7-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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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중, 만섭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사진=쇼박스 제공]

최송희 기자 = 1980년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홀로 키우고 있다. 밀린 월세와 딸의 낡은 운동화에 속앓이를 하던 중,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통금 전 서울로 돌아오면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묻고 따지지도 않고 광주로 향한다.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익힌 짧은 영어로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와 겨우겨우 소통하며 들어선 광주. 허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거리는 폐허로 변해있고, 군인들은 살벌하게 무자비하게 시민들을 폭행한다.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만섭은 위험한 상황에 기함하고 택시비를 무르고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홀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딸이 걱정됐던 것. 그에 반해 대학생 재식(류준열 분)과 광주 택시운전사 태술(유해진 분)은 피터의 취재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피터 역시 취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이들의 모습에 만섭 역시 흔들리고, 피터의 취재를 도우려 마음먹는다.

영화 ‘택시운전사’(제작 더 램프㈜·배급 ㈜쇼박스)는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를 비롯해 ‘의형제’, ‘고지전’ 등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장훈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매 작품마다 입체적 인물 묘사로 호평을 얻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평범한 인물들과 비극적 사건, 각자의 양심과 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어냈다.

영화의 시작은 실제 518민주화운동을 취재했던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였다.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한 뒤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는 수상 소감을 듣고 장 감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날, 광주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자 했다.

하지만 영화는 518민주화운동이 아닌 당시의 광주 시민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겪었던 폭력과 고통, 상식과 양심을 섬세한 질감으로 표현했다.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어 대학에 입학”한 스물두 살 청년 재식이나 피를 흘리고 쓰러진 시민들을 택시로 태워 병원으로 향하는 태술 등, 담담하면서도 깊은 인물 묘사를 통해 강요 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하고자 한다.

영화의 말미 등장하는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모습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장훈 감독은 영화의 에필로그에 당시 광주의 모습이 아닌 위르겐 힌츠페터의 인터뷰를 삽입, 시대적 아픔보다 인물들이 겪은 끈끈한 감정에 관해 말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적확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영화의 강점은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만섭 역을 맡은 송강호의 힘이 컸다. 송강호는 영화 초반부터 말미까지 만섭이 겪는 극단적 감정들을 섬세하고 매끄럽게 표현했다. 얇게 한 겹씩 쌓아놓은 감정들이 종국에 폭발될 때, 가장 강력한 힘이 발휘된다.

위르겐 힌츠페터 역의토마스 크레취만 역시 마찬가지. 진정성 있는 연기로 한국 배우들과 조화를 이뤄냈다. 배우들의 교감이 시각으로 확인될 때, 관객들이 겪는 카타르시스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 8월 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37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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