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온갖 이유로 방영 '금지령'… 시청자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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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7-07-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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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차 당대회·건군 90주년 맞이' 위해 규제 강화… 오락성 강한 프로 제재

  • 한광령·오락제한령·외화제한령·한동령, '금지령' 광풍에 내부서도 볼멘 소리

중국 인기 드라마 '랑야방(瑯琊榜)' [사진=바이두]


박은주 기자 =얼마 전 연예인 중심으로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황금 시간대에서 퇴출시킨 중국 당국이 이번에는 드라마 규제에 칼을 뽑아들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건군 90주년(8월 1일)과 올해 가을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극과 청춘드라마의 방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갈수록 엄격해지고 강도가 높아지는 규제에 중국 드라마·영상 산업은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고 있다. 

최근 광전총국 산하 잡지 '광전시평'은 웨이신(微信) 공식계정을 통해 광전총국이 성(省)급 방송국과 위성 방송국에 중요 선전 기간 동안 축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오락성이 비교적 강한 프로그램의 방영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요 선전 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선전 기간 동안 광전총국은 방송국들에 △ 오락성이 강한 드라마 편성 금지 △ 정치적·사회가치적·미적 관리와 감독 강화 △ 추천 참고 리스트에 포함된 드라마 방영 등을 요구했다.

광전총국은 '2017년 중요 선전기 제2차 추천 방영 참고 드라마 목록 통지'를 통해 '장군농민(將軍農民)', '사해노병(沙海老兵)' 등 17편의 드라마 목록을 공개했다. 드라마들은 인민해방군과 공산당의 치적을 선전하거나 인민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들이다. 이 추천 드라마들은 오후 8시 30분부터 10시 사이의 황금 시간대에 방영하도록 했다. 

광전총국은 "19차 당대회와 건군 90주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통지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광전총국은 지난 3월에도 '제1차 추천 방영 참고 드라마 목록 통지'를 발표해 55편의 드라마를 추천한 바 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19차 당대회를 맞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광전총국, 웹 드라마·영화사·동영상 사이트에도 규제 강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가 잇따라 나오면서 중국 오락산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두 번이나 추천 드라마의 방영을 강요한 데 이어 광전총국이 지난달에는 인터넷정보판공실, 문화부 등 관련 기관과 손잡고 오락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들을 내놨다. 

중국 인터넷 매체 뎬커지(電科技)에 따르면 광전총국은 지난달 1일부터 '인터넷 시청각 프로그램 방송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를 발표하고 중국의 연예계 가십 블로그 19개를 돌연 폐쇄해버렸다. 이후 25개의 인터넷 웨이신 공식계정도 자취를 감췄다. 또 '내 룸메이트는 여우신선(我的室友是狐仙)' 등 시리즈를 포함한 웹드라마들의 방영도 금지시켰다.

같은 달 중국 당국은 완다그룹의 자사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갑작스러운 조사에 근거없는 인터넷 소문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당시 완다그룹 영화 부문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조원 이상 증발했다. 완다시네마 대주주인 중국 최대 부호인 왕젠린(王健林) 회장의 자산 역시 40억 위안(약 6770억원)이 날라갔다.

광전총국은 펑황(鳳凰)왕, 신랑웨이보(新浪微博), 애니메이션 서비스 사이트 에이시펀(ACFUN·愛稀飯) 등 3개 매체를 상대로 영상 웹 방송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의 대형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bilibili)는 같은 달 25일부로 실명제로 전환됐다.

며칠 후 광전총국은 동영상 사이트 12개를 폐쇄시키고 먀오파이(秒拍), YY 등 인기 사이트 30곳을 집중 단속했다. 이 과정 중에 YY의 시가총액은 최소 4억 위안이 증발됐다. 이 모든 일은 불과 한달 사이에 벌어졌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각종 규제들에 업계·시청자들 불만 커져

뿐만 아니라 중국 TV 예능도 엄격한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광전총국이 새롭게 발표한 정책에 따라 중국 TV 예능을 견인해오던 연예인 예능이 이달부터 황금 시간대에서 전면 퇴출됐다.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던 ‘극한 도전(極限挑戰) 시즌3’, '도전자연맹(挑戰者聯盟)', '쾌락대본영(快樂大本營)'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오후 10시 이후의 심야 시간대로 옮겨졌다. 

우리나라에는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만 주로 알려졌지만 중국 당국은 이전부터 다양한 금지령으로 방송매체들을 통제하고 있다.

광고 시간과 아나운서의 광고출연 등을 규제하기 위한 한광령(限廣令)부터 오락 예능을 제한하는 오락제한령(限娛令), 외화 드라마를 규제하는 외화제한령(限外令), 드라마 내용에 간섭하는 ‘방송제한령(限播令)', 한국의 육아예능의 영향을 받아 연예인 자녀가 출연하는 예능이 대거 생기자 미성녀자의 출연을 제한하는 한동령(限童令)까지, 중국 당국의 '금지령'은 뿌리가 깊다.   

광전총국의 몰아치는 규제 광풍에 중국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오락적 요소가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방송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연예인 예능을 제한하고 문화류 예능을 밀어붙여서 대중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중국 드라마 가운데 인기가 높은 타임슬립과 청춘 소재의 사극·청춘 드라마는 오락성이 높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금지령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랑야방(瑯琊榜)', ‘대진제국(大秦帝國)’ 같은 사극 드라마들은 대중성도 높고 중국 당국이 추구하는 가치관과도 부합하는데 금지령은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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