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㊵]물까지 팔다 이름마저 옥죄는 광동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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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7-07-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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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수 삼다수 판권까지 획득하며 기형적 매출로 정체성 논란

  • 금융감독원 '제약' 삭제 권고 이어 보건복지부 '혁신형제약기업' 제외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광동제약 제공]


이정수 기자 = 광동제약은 1963년 세워진 창업 반세기가 넘은 제약회사 중 한 곳이다. 지금은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바라보는 제약사로 성장하면서 국내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광동제약엔 한 가지 큰 약점이 있다. 제약사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의약품사업 비중과 높은 음료사업 비중을 지닌 기형적인 매출 구조여서 기업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됐다. 2007년 광동제약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업 목표를 분명히 하라’며 사명 변경을 권고받았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사명에 붙은 ‘제약’이 제약사를 의미하는 만큼, 광동제약에 대해 의약품 비중이 낮은 사업 구조·목표를 개선하거나 제약이라는 사명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광동제약 사업구조가 10여년 전부터 지적을 받아온 셈이다.

사실 광동제약도 첫 출발은 ‘제약사’였다. 한방과학화를 창업이념으로 내세우면서 독창적인 의약품 개발과 우수한 기술도입을 통해 국민보건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때문에 설립 당시에는 한방약을 개발했고, 광동한방병원도 개원했다. 한방감기약 ‘쌍화탕’과 동의보감 처방을 담은 ‘우황청심원’은 설립이념을 대표하는 의약품이었다.

그러다 2001년 ‘비타500’, 2006년 ‘광동옥수수수염차’를 연이어 출시한 이후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매출 증가로 음료사업은 광동제약 경영구조 핵심이 됐다.

이런 사업구조 변화는 의약분업 영향이 컸다. 주요 한방제품 상당수가 약국에서 팔리는 일반의약품이던 광동제약은 의약분업 이후 커진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다른 제약사에 비해 쉽사리 활로를 찾지 못했다. 제약업계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위기가 닥쳐왔다. 광동제약은 이를 음료로 극복했다.

이후에도 광동제약 정체성 논란은 계속됐다. 2012년 12월 제주개발공사에서 먹는샘물 ‘삼다수’ 판매권을 획득해 올해 말까지 생수사업도 하고 있다. 삼다수 연간 매출액은 1500억원을 웃돌아 광동제약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혁신형제약기업’에 지정됐던 광동제약은 2015년 재인증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 역시 비타민500부터 삼다수에 이은 음료사업이 갖는 막대한 영향력과 취약한 의약품 사업구조가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약사로서 살아남고자 선택했던 대안이 결과적으로 ‘제약’이라는 타이틀을 옥죄는 상황은 꾸준히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광동제약은 최성원 부회장이 201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전문약 영업과 카페사업 등 사업다각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음료사업 비중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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