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재난 업무 일원화] 중구난방식 산불 재난 대응체계…‘골든타임’ 매번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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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7-07-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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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진화대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아주경제 DB][사진=아주경제 DB]

김선국 기자 ="소방관님 불이 났는데 왜 보고만 있나요. 빨리 꺼주세요."(강원 삼척의 A주민)
"이건 산불이기 때문에 우리가 못 꺼요. 현행법상 산림청이 꺼야 합니다."(B 소방대원)

지난 5월 6~9일 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에서 대형 산불이 났을 당시, A소방대원과 B주민이 나눴던 대화 내용의 일부다.

당시 산불은 동네 주민의 집앞 20여m까지 근접했지만, '산불은 산림청이, 민가에서 난 불은 소방본부가'라는 관련 법의 비효율성 때문에 정작 꺼야 할 불을 끄지 못하고 주민들의 애만 태웠다.

특수재난으로 분류된 산불 방재 업무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중구난방 산불 진화 체계, 지휘통제권 일원화해야

현행법상 산이 없는 지상의 민가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대원이 불을 끄지만, 산속 민가의 경우에는 산림 공무원이 무조건 꺼야한다. 

산림청은 지난 5월 6일부터 나흘간 강릉·삼척·상주 등 3개 지역으로 이어진 대형 산불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탓에 소방기관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화 동원은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 강릉과 삼척에서는 수십㎞ 떨어진 시내까지 불길이 번졌고, 산속 민가 30여 채가 불에 타 없어졌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법제화된 행정 동원력이 없어 관계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데다, 동원이 됐다 해도 지휘체계가 이원화된 상황이어서 각기 다른 진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림청 중앙산불사고수습본부는 이때 발생한 대형산불로 강릉 산림면적 252㏊, 삼척 765㏊, 상주 86㏊ 등 총 1103㏊가 소실됐고, 119억2100만원(입목 117억8700만원, 임산물 1억25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재난 대응체계에 답답함을 느낀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토대로 정부에 민원을 넣었다. 그 민원은 문재인 대통령 귀에 들어갔고,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순방 전 "효율적인 재난 대응체계 일원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담당자에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민·관·학계의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을 거쳐 산불 방재를 위한 지휘통제권을 산림청으로 일원화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관련법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정부는 산불의 크기에 따라 재난대응 체계가 다르고, 일원화된 컨트롤타워가 없어 매번 산불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형산불 현장에 가면 항상 소방본부와 산림청 지휘본부가 따로 설치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림청과 산불방지정책연구소,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산불에 대해 산림청은 산림보호법을, 소방본부는 소방기본법을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산림청의 산불진화 지휘체계를 보면 산불규모에 따라 지휘권자가 명확하게 지정돼 있다.
반면 소방기본법에는 건축물, 차량, 선박, 선박 건조 구조물, 산림, 그 밖의 인공 구조물 또는 물건을 소방대상물로 보아 산림화재를 소방고유업무로 볼 수도 있다고 전제한다.

제16조의 2항을 보면 '국민안전처장관·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은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또는 복리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소방활동 외에 다음 각 호의 활동(이하 '소방지원활동'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소방지원할동을 할 수 있다'는 조항 자체가 지원 업무여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무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방본부의 자의적인 해석과 현장 상황에 따라, 본인들 편한 대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고 의견을 내놓는다.

◆임업·행정직 공무원이 산불전문가로 둔갑··· 지상 진화인력 전문성 늘려야

비전문가인 임업·행정공무원이 산불전문가로 둔갑, 산불 방재업무를 보는 행태가 재난대응 체계에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소방과 경찰, 군인처럼 산불 방재업무도 전문영역으로 보고 전문가를 배치해야 하지만, 산림청과 지자체는 순환보직 형태로 산불 업무를 보고 있다. 

특수재난으로 분류된 산불 방재업무가 1~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일용직 또는 비정규직 형태로 운영되는 지상진화 인력(​'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감시원')제도도 손봐야 할 대상이다. 

대부분의 지상진화 인력이 최저임금 수준의 일당을 받으며 목숨 걸고 산불을 진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현철 초당대 교수는 "산불은 종합화재여서 어느 한 영역으로 특정할 수 없다"며 "숲, 헬기, 물 등 다양한 전문 영역을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방과 진화, 복구 등의 산불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산불 교육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산불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는 제도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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