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7' 증권사 IB 전쟁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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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기자
입력 2017-07-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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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이 갈수록 판을 키워가고 있다. 5대 증권사뿐 아니라 두 곳이 더 도전장을 냈다. 이제 '빅7'이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앞두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 조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서는 증권사는 2016년 말만 해도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5곳뿐이었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가 올해 들어 유상증자로 자본을 불리고 새로 뛰어들었다. 회사가 꾸준히 공을 들인 결과다.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했으나 끝내 설득해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가장 늦게 초대형 IB에 시동을 걸었다. 회사는 전달 748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덩치 불리기 이제 시작

정부는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겼더라도 덩치를 더 키울수록 더 많은 IB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기자본 확충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거다.

3조원 이상은 자기자본 100% 안에서 기업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4조원이 넘으면 만기 1년 이내로 어음을 발행하거나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하는 단기금융업을 할 수 있다.

가장 큰 기회를 얻으려면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불려야 한다. 이런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취급한다. 종합투자계좌는 고객에게서 받은 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계좌다.

결국 유상증자뿐 아니라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딱 들인 돈만큼 자본이 늘어나는 유상증자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다른 증권사를 유리한 값에 사들여 자본을 불리는 게 낫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종금증권 4곳도 모두 합병으로 덩치를 키웠다.

현재 증권사 서너 곳이 매물로 나와 있다. 덩치를 보면 하이투자증권(자기자본 7036억원)과 SK증권(4233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3724억원) 순으로 크다. 이에 비해 매각가는 많아봐야 5000억원대, 적게는 600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유상증자보다 적은 돈으로 자본확충이 가능한 이유다.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다. 새 금융위원장이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으로 내정됐을 뿐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그가 자리를 맡더라도 초대형 IB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한동안 가계부채종합대책이나 성과연봉제 폐지, 기업 구조조정 같은 굵직한 현안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최종구 내정자가 금융투자업 쪽에서는 거의 경력을 쌓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 제도 자체에 한계가 많다"며 "단기어음은 기존 기업어음과 큰 차이가 없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투자도 30%로 제한해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압도적 1위 달리는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와 나머지 경쟁사 간 차이는 한두 걸음이 아니다. 유일하게 7조원대 자본을 보유한 곳이 미래에셋대우다. 나머지를 보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5조원 미만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8조원까지 자본을 불리기로 했다. 누구보다 먼저 종합투자계좌 업무가 가능한 IB로 도약한다는 구상에 따른 거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달 네이버와 자사주 교환을 통해 자본을 7조원대로 불렸다. 남은 자사주까지 활용하면 자본이 8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대우증권을 사들이면서 "2020년까지 자본을 10조원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늘어난 자금을 기업금융상품 투자에 쓸 것으로 보인다. 17개국에 걸친 해외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해외 우량자산 제공과 상품개발을 늘리겠다는 거다.

미래에셋대우는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네이버와 함께 '신성장동력 펀드'도 만들었다. 이전에도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해왔다.

◆나머지도 질 수 없는 경쟁

다른 대형사도 고유한 강점을 무기로 IB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업계 2위인 NH투자증권(자기자본 4조6000억원)은 M&A 브릿지론을 통해 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KB증권은 옛 KB투자증권 시절부터 회사채 부문에서 앞선 능력을 보여줬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IB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이미 수년째 한국투자증권은 앞선 딜 계약 능력으로 예탁자산과 운용보수를 동시에 늘려왔다. 삼성증권은 대체투자 쪽에서 거액 자산가와 기관 투자자를 공략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지주에 속한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협업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PF 부문에서 우위를 보여줘왔다. 이번 유상증자는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에 따른 타격도 염두에 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먼저 잘하는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며 "경제와 시장 상황에 따라서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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