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인생, 극장] '충녀' 시대를 뛰어넘는 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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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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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인생 영화'로 김기영 감독의 '충녀'를 꼽았다[사진=NEW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영화의 힘은 세다. 한 편의 영화는 누군가에게 좌표이자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유, 저마다의 감성이 담긴 한 편의 영화. ‘인생, 극장’은 감독들이 꼽은 인생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감독들에게 지침이 된 혹은 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옥자’의 봉준호 감독에게 물었다.

“영화 ‘충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기영 감독님의 괴작이예요. 현란한 시네마스코프 촬영과 유신정권 시대에도 그런 그로테스크한 괴작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죠. 주제와 스토리, 표현 그 모든 것이 김기영 감독님이 아니라면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거죠. 그런 수식어를 달게 되는 건 모든 감독들의 영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충녀’(감독 김기영)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난 여 주인공의 정상적 가정에 대한 욕망과 최후를 그린 멜로드라마 영화다.

어느 날 여고생 명자(윤여정 분)는 갑작스레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명자의 어머니는 두 번째 아내라는 이유로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이에 명자는 큰 분노를 느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명자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술집에 취직한다. 그는 일을 하며 알게 된 남자 동식(남궁원 분)을 사랑하게 되고 두 사람은 새 살림을 차린다.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부인에게 억눌려 있던 동식은 명자를 만나며 삶의 활력을 찾는다.

하지만 명자는 가정이 있는 동식 때문에 매사 서운한 감정을 느낀다. 결국 명자는 동식의 아내(전계현 분)를 찾아가 그와 이혼할 것을 요구한다. 동식의 아내는 당황하면서도 남편과의 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히고, 명자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동식은 명자와 부인과의 사이에서 위태로움을 느끼고 모두의 삶은 불행에 처한다. 동식은 결국 명자와 함께 음독자살을 선택, 끝을 맺는다.

“2007년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회고전을 할 때 큰 화면에서 ‘충녀’를 봤어요. 당시 전석 매진 상태였는데 (프랑스 관객들도) 어안이 벙벙, 압도된 상태로 극장을 나갔죠.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이마무라 쇼헤이가 됐을 텐데. 김기영 감독은 유신정권 시절에 대표작을 많이 찍었어요. 그런 시대를 자기 작품에서 가뿐하게 뛰어넘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영화 ‘충녀’는 1971년 제작된 영화 화녀의 속편으로, 당시 1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또한 제5회 싯체스영화제에서 작품장려상과 남궁원이 남우연기상을, 제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감독상과 남궁원이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영상원이나 회고전 등, 기회가 있다면 꼭 보시길 바라요. VOD나 DVD도 출시 됐고. 어디든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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