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칼럼, CEO인사이트] ​독점을 파괴하는 곳에 창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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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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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박스미디어 콘텐츠부문대표


독점을 파괴하는 곳에 창조가 있다

컨텐츠 제작을 주 업무로 하는 사업을 하다보면 우리 사회가 커다란 벽에 막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창작의 산물이 되어야할 컨텐츠 산업이 대기업의 자본논리에 사로잡혀 돈의 힘으로 창작을 짓누르고 있다. 한류의 성공 요인은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컨텐츠가 봇물처럼 터진데 기인한 덕이 크다. 그런데 그 한류산업을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세계시장에서 한류는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화계의 독점이 심각하다. 요즘 극장에 가보면 볼 영화가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영화 하나가 모든 멀티플렉스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대기업인 CJ와 롯데가 극장을 독점하면서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전국 상영관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수직계열화이다. 투자, 제작, 배급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나라처럼 극장과 영화투자, 배급과 영화제작을 한 대기업이 독점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자본에 의해 영화관련 전 과정이 장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이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나서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런 대기업의 독점화로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극장을 잡지 못해서 제작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CJ와 롯데는 자신이 투자하고 제작한 영화에 우선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극장의 스크린을 배정한다. 따라서 저 예산 영화나 이들의 투자를 받지 못한 영화는 아예 극장에 한번 걸어보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헐리우드 대작이나 대기업 투자의 블럭버스트 한국영화가 개봉하면 모든 극장의 스크린을 독점한다. 작은 영화는 보고 싶어도 극장에서 볼 수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많은 국가의 경우, 투자사나 배급사 제작사가 극장을 소유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자연히 극장은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헐리우드 영화로부터 국산 영화를 보호하기 위하여 스크린 쿼터제를 도입한 적이 있다. 극장에서 의무적으로 일정기한 동안 한국영화를 상영하게 하는, 한국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지금 바로 독점 재벌 기업에 대한 새로운 스크린쿼터제의 도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기 위해서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한 개의 스크린에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형 영화가 모든 스크린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극장을 찾는 손님에 대한 기본 배려이며, 다양한 창의성의 한국 영화를 살리는 길이다. 하루빨리 극장과 영화투자 및 제작회사의 법적인 분리를 취해서 한국영화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살려야 할 것이다.

독점이 있는 곳에는 창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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