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의 깜짝 실험, 공유경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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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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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옥상에서 큰소리로 떠들면 벌이 공격신호로 오해할 수 있어요. 소리를 낮춰주세요."

"덩치 큰 남성 분들을 벌들이 곰으로 오해해 공격할 수 있습니다. 검은색 옷을 피해주세요." 현대카드 사옥에 독특한 안내문이 붙은 이유는 뭘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태영(사진) 현대카드 부회장이 또 하나의 깜짝 실험을 펼친다. 이번에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공유가치창출(CSV)로 '공유 도시'가 목표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업으로 삼는 회사에서 자동차를 "빌려 쓰자"고 말하고 도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사옥 옥상에서 직접 벌을 키우기도 한다. 기업 CEO로서 파격적인 행보다.

27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 옥상에 약 12만 마리의 벌이 거주하는 벌통 5개를 설치했다. 도시 양봉을 통해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죽어가는 도시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정 부회장은 본인 SNS를 통해 "생각했던 것 보다 벌들이 순하긴 하지만 벌 종류를 잘 선택하고 훈련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며 "꾸준히 설비를 확대해 직원들에게 꿀과 벌집을 직접 공급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도시 양봉을 지자체나 사회적 기업에서 시행한 적은 많지만 일반 기업에서 시도하기는 현대카드가 처음이다. 도시는 열섬현상으로 농촌보다 겨울 기온이 높고 농약 등 살충제 위험이 없으며, 밀원식물이 많아 양봉에 의외로 적합하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정 부회장은 "런던에는 도시양봉이 몇 만개나 돼 꿀을 생산하고, 자연생태계 유지에 귀중한 벌들을 지키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직접 수확한 꿀을 현대카드의 '쿠킹 라이브러리'에 제공하거나 직원들에게 이벤트로 선물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딜리버리카(딜카)' 서비스도 시작했다. 딜리버리카는 일종의 카셰어링이다. 고객이 딜카 전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예약하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딜카맨'이 차량을 가져다준다. 고객이 업체를 방문해 차량을 인수하고 반납하지 않아도 배달-파손점검-반납 등이 해결되니 이용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운영은 80여개 제휴 렌트사가 담당하고, 현대캐피탈은 플랫폼 공급자 역할만 한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단기 렌트카 시장에 진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중소 렌트카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후방 지원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형 렌트사들은 카셰어링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모바일 플랫폼 개발, 홍보 및 마케팅 비용 등이 고민돼 사업 진출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 렌트사들이 새로운 카셰어링을 통해 사업이 확장되면 현대캐피탈의 잠재적 고객도 늘 것이라는 동반성장의 취지"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의 독특한 도전에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처럼 오너십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시도할 수 있는 파격"이라며 "대기업 CEO로서 낙수효과가 아닌 분수효과를 직접 실천하는 오너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현대카드 서울 여의도 사옥 옥상에 마련된 양봉시설. 이 곳에선 12만 마리의 꿀벌이 현대카드 직원들과 상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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