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과 함께' 홍콩반환 20년...빛과 그림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6-28 07: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20년간 중국과 '함께'한 홍콩…국가경쟁력 1위 건재해

  • GDP 약 2배 증가, 외환보유액 6배 팽창, 홍콩증시 시가총액 9배 급증…

  • 높아지는 경제의존도…빈부격차, 물가폭등 등 그림자도

  • 중국의 허용범위내 허락된 민주와 자유…자치권 훼손 우려도

  • 웨강아오 대만구 건설, 채권퉁 개통등 '경제당근책' 이어질듯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함께, 세계로 나가자. 함께, 손잡고 기회를 붙잡자. 함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중국꿈을 실현하자.”

내달 1일 홍콩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제작한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 홍보영상에 나오는 문구다. 영상 제목은 '이치'(一起)다. '함께'라는 뜻의 중국어다. 영상은 중국과 홍콩이 합의한 한 국가 두 체제, 이른 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정신을 주제로 중화민족 부흥을 위해 함께 협력하자는 내용을 강조했다.

실제로 156년간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중국과 홍콩은 ‘함께’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포괄적 경제파트너십 협정(CEPA)’을 체결했고, 상하이와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선강퉁도 잇달아 개통했다.

지난 2014년 11월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후강퉁 출범식.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은 홍콩을 경제개발의 모델과 자본시장 개방의 창구로 삼았고, 홍콩은 중국 대륙경제 발전의 후광을 등에 업고, 둘은 실제로 ‘함께’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홍콩의 중국 회귀를 2년 앞둔 1995년 6월 미국 경제지 포천이 커버스토리에 ‘홍콩의 사망’이라는 제목을 단 게 무색할 정도다. 관영 환구시보는 '역사는 홍콩 회귀 20년에 엄지를 치켜세울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 ‘함께’하면서 서서히 '중국화'하는 홍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 탄탄한 경제지표 배후엔 '중국 그림자'

홍콩반환 20주년 주요 경제지표[그래픽=임이슬 기자]


중국 반환 20년을 맞은 홍콩은 오늘날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체제로서 건재하다.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홍콩은 23년째 1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평가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홍콩은 2014년 4위에서 지난해 2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 올해 1위에 올랐다.

탄탄한 경제지표도 이를 증명한다. 홍콩 GDP는 1997년말 1조3650억 홍콩달러에서 2016년말 2조4913억 홍콩달러로 두배 가까이 늘며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이어갔다. 외환보유액도 1997년 5월 666억 달러에서 2017년 6월말 4001억 달러로, 여섯 배 넘게 팽창했다.

홍콩 주식시장도 빠르게 팽창했다. 홍콩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홍콩 반환 직전 1만5000선에서 현재 2만5000선을 넘어섰고, 홍콩증시 시가총액은 4100억 달러에서 현재 3조7000억 달러로, 9배 가까이 뛰며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

여기에는 중국 본토기업 발전의 후광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현재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약 2000개, 이중 중국 본토기업이 1000곳이 넘는다. 홍콩은 지난해 글로벌 최대 기업공개(IPO) 시장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IPO 최대 대어인 중국우정저축은행이 탄생한 곳도 홍콩이었다. 후강퉁·선강퉁이 잇달아 개통되면서 홍콩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한층 더 매력적인 금융시장으로 변모했다.

2003년 중국 본토인의 홍콩 개인관광이 허용된 이후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들면서 홍콩 관광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때 홍콩의 전체 해외 여행객의 4분의 3이 중국 본토인이었을 정도로 홍콩 관광소매산업은 중국이 먹여 살린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홍콩 경제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중국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의 GDP 증가율은 3년 연속 둔화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1.9%에 그쳤다. 지난달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최근 중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홍콩 신용등급도 한 단계 하향 시켰다. 중국과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환경오염, 빈부격차, 물가 폭등, 취업난 등 사회 문제도 대두됐다. 홍콩 통계처에 따르면 지난해 지니계수는 0.539로, 46년 전 지니계수 집계가 이뤄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웃도는 수치로, 세계 주요도시로는 미국 뉴욕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인의 홍콩 부동산 투자 등으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홍콩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홍콩 아파트 평균가격과 임대료는 10년 새 각각 223%와 100% 폭등한 반면 홍콩의 임금인상은 제자리걸음하면서 홍콩 일반 직장인이 집을 장만하려면 최소 18년이란 시간이 걸린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인의 원정출산, 분유싹쓸이, 부동산 투기 등에 뿔난 홍콩 주민들은 중국인이 홍콩의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메뚜기떼’라고 비하하고 반중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인의 발길은 끊겼고, 홍콩 관광소매업이 불황에 빠졌다.

◆ 중국입김 아래 숨쉬는 민주와 자유

중국은 1997년 홍콩을 영국에서 돌려받을 때 향후 50년 간 홍콩의 체제를 인정하기로 약속하면서, 중국은 주권을 갖고 외교·국방을 책임지는 대신,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에 따라 행정·입법·사법의 자치권을 홍콩에 쥐어줬다. 이른 바,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일국양제 실험이다.

일국양제 아래에서 홍콩의 자유와 민주는 여전히 숨쉰다.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 반발한 홍콩인들은 지난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치르자고 78일간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이른 바 ‘우산혁명’이다. 경찰이 쏘는 최루탄에 맞서 시위대가 우산을 펴 들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4년 홍콩에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 시위대의 모습.  ' [사진=AP연합뉴스]


우산혁명뿐만이 아니다. 그간 홍콩은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2003년)이나 국민교육(2012년)에서부터 최근의 홍콩 독립파 입법회 의원 자격 박탈(2016년) 등 중국 당국의 수 차례 '중국화' 시도에 반발해 왔다. 매년 6·4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기념해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도 여전하다. 시위는 홍콩의 자유와 민주가 살아있다는 증표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홍콩의 민주는 중국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의 민주일 뿐이다. 중국 정치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지난달 홍콩 기본법(헌법격) 시행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홍콩이 누리는 권한은 중앙당국으로부터 분리된 것이 아니라 중앙당국이 위임한 것"이라며 홍콩이 고도의 자치권을 이용해 중국 중앙당국에 도전하는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당장 새달 1일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할 캐리 람 당선인은 중국 지도부가 낙점한 친 중국인사다. 총리 격인 재정사 사장을 맡을 당시에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하며 중국 지도부의 지지를 얻었다. 올 3월 그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홍콩 시민이 요구하던 직선제로 뽑은 게 아닌, 친중파 선거인단을 통해 간접선거로 선출된 것이었다. 사실 홍콩의 민심은 2위 득표자인 존 창 후보를 더욱 지지했다. 캐리 람 당선인은 이미 중국 지도부의 ‘입맛’에 맞게 홍콩내각 각료의 90% 이상을 친중파 인사로 채웠다. 이를 두고 내각 각료 인선에서부터 중국 지도부의 강한 통제를 받는 등 자율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홍콩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 비판적 논조를 유지했던 홍콩 대표 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미 중국 대륙 부자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인수했다. '미디어 제국'을 건설 중인 마윈 회장이 홍콩의 또 다른 정론지 명보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난 2015년엔 중국공산당을 비판하는 잡지와 반중 서적을 판매한 혐의로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 주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중국 대륙에 강제 연행돼 조사를 받으면서 중국이 홍콩의 사법권 독립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영국 통치시절 홍콩의 마지막 총독인 크리스 패튼이 최근 홍콩대 강연에서 “중국이 통제를 점점 심하게 하면서 홍콩의 자치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이유다.

◆ 웨강아오 대만구, 채권퉁 등 '경제당근책'

앞으로도 홍콩과 ‘함께’ 하려는 중국 본토의 노력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올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계획이다. 홍콩만을 감싸고 있는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 경제를 통합해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메가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줄 홍콩-주하이(珠海)-마카오를 Y자 형태로 연결하는 세계 최장 해상교량인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광저우~선전~홍콩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 중이다.

이밖에 중국과 홍콩 간 채권시장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인 '채권퉁(債券通)’도 이르면 내달 개통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홍콩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일국양제 실험의 20년 성과를 과시하는 동시에 홍콩 내 반중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선물 보따리'를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