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제재만으로 북핵 해소 어려워…남북한 국회의장 회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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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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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

정세균 국회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에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이 27일 북한 제재와 남북 대화가 병행되는 대북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북한 국회의장회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 개회식에서 "유라시아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에 평화적 질서가 구축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대북제재와 함께 협상을 위한 대화가 병행될 때 비로소 북한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 우리 대한민국 국회는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한 정부의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한 국회의장회의’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 다음은 정 의장 개회사 및 기조연설 전문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에 참석하신 각국 의회 대표단 여러분,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장 정세균입니다. 2017년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를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작년 제1차 모스크바 회의에 이어 제2차 서울 회의를 공동으로 개최해 주신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각국 대표단 여러분, 지금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국경을 뛰어넘어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 에너지와 통상 그리고 글로벌 테러리즘 등은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 간의 협력과 교류는 글로벌 공동체 번영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라시아는 불교문명, 이슬람문명, 기독교 문명, 유교문명 등 주요한 세계문명이 발흥하고 교차했던 대륙입니다. 또한 유라시아를 동서로 관통한 실크로드는 과거 교류와 번영의 핵심축이었습니다. 저는 이 같은 기회가 1세기에 다시 도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서양 문명의 갈등과 냉전의 시대를 넘어 유라시아가 세계경제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가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각국 대표단 여러분, 우리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서 유라시아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이번 제2차 회의는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차원에서 긴밀한 상호협력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첫째,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를 유라시아 공동번영을 위한 추진체(Driving Vehicle)로 정립해 나갑시다. 유라시아 지역에는 오랜 문명적 전통과 함께 다양한 발전 단계의 국가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있습니다. 정치체제와 삶의 양식 또한 다양합니다. 이 같은 차이는 자칫 잘못 관리하면 상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이해하고 협력과 상생의 공동체 비전을 정립해 나간다면 유라시아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습니다. 저는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가 바로 그러한 비전을 세우고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추진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둘째, 유라시아 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는 의회 차원의 노력을 구체화합시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바탕으로 유라시아 지역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등도 유라시아를 무대로 한 공동발전 전략입니다.

한, 중, 러 3국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유라시아 지역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의회 차원의 협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서울 회의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의 협력모델을 구체화하는 실천방안이 모색될 수 있길 바랍니다.

셋째,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의 제도적 공고화를 통해 상호결속을 강화해 나갑시다. 우리 모두는 공통의 이해에 기반 한 다자간 협력이 서로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점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공감이 제도적으로 구체화되지 못할 경우 원하는 성과를 획득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회의에서 유라시아 의회간 결속을 강화하는 ‘사이버 사무국’ 설치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 사무국을 통하여 국회의장회의의 논의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참여의회 간의 정보교류와 협력을 촉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각국 대표단 여러분, 마지막으로 저는 유라시아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 평화적 질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유라시아 시대의 도래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당연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북제재와 함께 협상을 위한 대화가 병행될 때 비로소 북한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6자회담 당사국 의회간 대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간 대화와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지난 주 우리 대한민국 국회는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한 정부의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한 국회의장회의’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문제이면서 동시에 유라시아 발전과 번영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각국 대표단 여러분, 한반도에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한반도가 유럽과 육로로 연결되면 대서양 연안과 태평양 연안을 잇는 새로운 인적·물적 교류망이 열리게 됩니다. 이는 곧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 모두가 유라시아 대륙의 진정한 이웃이자 동반자로 거듭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는 16,000km라는 긴 길이입니다. 그 긴 철도길도 태평양쪽 종착역인 부산에서 출발하여 계속 달리다보면 반대편 대서양쪽에 결국 도달합니다. 유라시아 시대를 향한 기차는 이제 출발하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가 바로 유라시아 시대를 견인하는 기관차(Locomotive)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제2차 서울 회의가 각국 의회 지도자 여러분의 지혜와 열정을 바탕으로 유라시아 지역, 더 나아가 전 세계 번영과 발전의 든든한 디딤돌을 놓는 회의가 되길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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