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中 대학도 서열화·양극화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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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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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지원 연해 대학 집중…내륙 대학, 갈수록 낙후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정치학 박사)

중국 대학은 현재 지나친 행정화와 관료주의화, 경제력의 차이, 당의 포괄적인 개입, 획일적인 교학(敎學) 분위기, 취업난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정부의 선택적 지원이 대학 간의 차이를 확대했다. 그 결과, 중서부 지역이나 내륙 지역 대학은 연안지역이나 대도시 지역 대학에 비해서 구조적으로 불평등 지원을 받고 있다.

중국의 MIT로 불리던 전통 명문인 시안(西安)교통대학이나 란저우(蘭州)대학 등 내륙 소재 대학의 영향력이나 교세가 점점 취약해지고 있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가 지난 5월 28일 상하이과학기술(上海科技)대학을 방문했다.

당시 장쩌민의 갑작스런 대학 방문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 집중과 맞물려 많은 해석을 낳게 했다.

그러나 장쩌민의 갑작스런 언론 등장은 정치 갈등설, 권력 투쟁설 등 외부 시선과 달리 중국 국내에서는 출신대학에 대한 SNS 논쟁을 촉발했다.

앞서 같은 달 5월 7일 중국의 저명한 수학자 우원쥔(吳文俊)이 사망했다. 대다수 언론은 그를 상하이교통대학 졸업생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시안교통대학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SNS를 중심으로 교통대학 ‘정통(正統)’ 논쟁이 벌어졌다. 민국시기(民國時期) 문을 연 교통대학은 1949년 신중국 건립 이후 학교를 시안으로 대부분 이전했다.

현재 상하이교통대학은 사실 당시 시안으로 이전하고 일부만 남아 있는 기초 위에서 발전해 온 것이다. 따라서 교통대학 정통론을 주장하는 측에서 보면 상하이교통대학이 아닌 시안교통대학이 교통대학의 정통인 셈이다.

하지만 교통대학이라고 하면 대부분 중국인들은 상하이교통대학을 떠올린다. 장쩌민 전 총서기가 졸업한 모교라는 ‘프리미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기 정체성의 발로에서 기인한 정통성 논쟁은 사실 그 이면에 중국 대학의 서열화와 양극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국가주도형 대규모 차별 지원 정책이 추진됐다. 이는 교학의 질적 차이를 유도했고, 그 차이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즉, 대학의 경제력의 차이가 교학의 질적 차이를 부르고 이러한 질적 차이는 학교 교세와 영향력의 하락을 부채질하는 하향 악순환을 구조화하고 있다.

따라서 정통 문제 논쟁은 사실상 구조적인 차이에 따른 내재된 불만이 표출된 것일 뿐이다.

대학 정체성의 차이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학 간 역량의 차이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개입돼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211공정’, ‘985공정’이라는 특정 대학 지원 프로그램은 국가 주도의 차등 지원을 제도화시켰다. 차등 지원이 제도화되면서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대학사회에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면서 일부 대학은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특히 예산을 많이 쓰는 대학이 중국 대학 랭킹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예산 총액과 대학 랭킹이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리고 대학 간 차별적 구조화가 대학 교육 전반에 대한 신뢰, 특히 대학 구성원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을 잉태하고 있다.

대학이 교학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보다는 재정을 유치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인 결과다.

당국의 불균형 지원이 대부분 연해지역 소재 대학에 집중되면서 내륙지역 대학의 상대적 박탈감은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불러왔고, 이는 다시 대학 간 교육의 질적 차이로 확대됐다. 중국 사회가 대학의 서열화와 양극화 문제로 빠져든 것이다.

물론 중국 당국도 이러한 대학의 현실에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가 중장기 교육개혁과 발전 규획 강요(2010~2020년)’에 따라 대학교육 대중화 수준을 제고해 동 연령기 인구 대비 대학 입학률을 40% 정도로 올리겠다는 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공평(公平) 촉진’을 국가 기본 교육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해지역 대학에 대한 선호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또한 내륙지역에 있는 대학의 진학 기피 현상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고등교육 질 제고, 인재배양 질 제고, 과학연구 수준 제고, 사회 서비스 능력 증대, 교육구조 최적화 등 주요 발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까지 국제수준의 대학 양성을 목표로 차등화 지원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는 아직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국가자원의 선택적 지원을 통한 국가주도형 대학 육성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교육구조의 최적화를 주장하더라고 그 결과는 발전의 정도와 조건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중서부지역 교육을 정책적으로 중시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자원 배분에서 내륙지역 대학보다는 대도시나 연해지역 대학에 유리하다.

기회가 공평하고, 경쟁이 공정하고, 그 결과 또한 수용 가능해야 하는 것이 중국 사회주의 교육의 특징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중국이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에 부합되는 교육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히 받아들여졌다.

국가의 주도적인 차등 발전 전략이 교육사회에 투사되면서 사회주의 정합성이나 통합성보다는 경쟁의 논리와 발전의 논리가 더 깊게 대학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안교통대학이나 상하이교통대학을 두고 벌어진 정통성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 문제제기는 차별에 대한 항변이고, 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중국 교육에 대한 우려이며 두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개발과 발전이 최고라는 논리가 점차 대학과 대학 존재 이유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내륙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은 되는 걸까. 내가 다니는 모교가 대학 서열화와 양극화 추세 속에서 점차 쇠락해가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대학과 학생들에게 짙게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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