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동맹 전략 통(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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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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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유진희 기자 =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서 약체로 평가됐던 SK하이닉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는 자금 문제와 현지의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일본의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일본개발은행 등과의 동맹이라는 묘수를 통해 두 개의 난제를 동시에 풀어내며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사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한국기업에 대한 반감마저 풀어내는 등 동맹을 주도한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세계 낸드플래시 반도체 2위 업체인 도시바가  21일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SK하이닉스 등의 ‘한미일연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가장 유력했던 후보인 미국 브로드컴을 제치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이번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전은 초기 혼돈 국면에서 삼파전, 이파전으로 압축되며 승세가 서서히 SK하이닉스로 기울어져왔다.

2월부터 4월까지는 말 그대로 혼전양상이었다. 누구든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인수에 성공하기만 하면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2위 자리를 꿰찰 수 있어 쟁쟁한 후보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부터 2조엔 후반대의 인수액을 제시한 대만의 홍하이 정밀 공업과 그다음으로 높은 금액을 적은 브로드컴 등의 사이에서 SK하이닉스는 끼어들 틈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도시바 메모리 부문 2차 입찰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베인캐피털 연합(베인 연합)과 손잡으며, 유력후보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의 또 하나의 약점으로 알려졌던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독점금지법 심사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메모리 부문의 매각에 한시가 급한 도시바는 매각의 진행이 독점금지법에 발목 잡힐 것을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이로써 브로드컴과 베인 연합, 미일연합(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일본개발은행과 미국 KKR & Co. L.P.(KKR)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압축됐다. 홍하이의 경우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낸드 플래시 반도체 핵심 기술의 중국 유출을 우려해 일찌감치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여전히 브로드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세 곳의 경쟁업체 중 가장 많은 액수인 2조2000억엔을 제시한 데다가 도시바 메모리와 중복 사업이 적어 반독점 심사도 단기간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세는 도시바가 당초 우선협상자선정을 하기로 했던 지난 15일 뒤집어졌다. 베인연합과 미일연합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내며 한미일연합을 구축하고 브로드컴을 수세에 몰아넣은 것이다.

SK하이닉스로서는 인수 자금을 3조원대로 낮추는 동시에 도시바는 물론 일본 국민 정서를 건드리지 않는 한 수였다. 국내의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도시바를 인수하려다가 위기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고, 일본에서는 IT(정보기술) 업체들이 한국기업에 계속해서 밀리면서 반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브로드컴은 인수 후 위험 부담을 안고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설비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의 여부가 불투명해 치명적인 약점으로 부각됐다. 이들은 지난 3년간 5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며 회사 매출의 2배에 달하는 247억달러(한화 27조6640억원)를 지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미일 연합의 참여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이 덕분에 도시바가 우려했던 기술 유출, 고용 승계, 국민 정서 등이 불식되면서 SK하이닉스가 승리를 쟁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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