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中 정계 숨죽인 안방보험 게이트, 풍운아 우샤오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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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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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안방보험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늑대같은' 차이나머니의 대표주자다. 안방보험은 우리나라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으며 우리은행 지분 4%를 취득한 바 있다. 안방보험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4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한 후 무서운 기세로 연거푸 해외 M&A를 성사시켰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극 직후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부동산거래 협상을 벌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그야말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글로벌 투자자라 하겠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안방보험에 ‘예상됐던 날벼락'이 떨어졌다. 안방보험의 급성장을 일궈온 우샤오후이(吳曉輝) 회장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나온게 이달 초.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설에 이어 당국에 연행됐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이어 지난 13일 안방보험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우샤오후이 회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회장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음을 발표했다.

우샤오후이의 낙마로 인해 현지 금융권, 감독당국은 물론 중국 정가까지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특히 지금은 올 가을 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다. 중국 공산당 관계자나 금융감독 당국은 우샤오후이에 대해 함구한 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대체 우샤오후이가 누구길래 베이징 정가 전체가 숨을 죽이는 것인가. 최근 몇 년간 중국매체들의 보도를 토대로 '풍운아' 우샤오후이의 삶을 소개해본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전 회장.[사진=바이두 캡처]


◆원저우 DNA, 시골 공무원 출신

우샤오후이는 1966년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핑양(平陽)현에서 태어났다. 원저우는 일찍이 자본주의 경제가 꽃피웠으며, 이 지역 출신 상인들은 전세계에 그 유명한 '원저우상단'을 이루고 있다. 우샤오후이는 핑양현 공상국의 공무원이었다. 원저우 DNA는 그를 공무원에서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창업 이후 어려움을 겪던 그는 저장성 부성장의 딸과 결혼하면서 1차도약기를 맞는다.

그는 1996년 롄퉁(聯通)리스와 1998년 여행자자동차 등 두 곳의 회사를 세웠다. 상하이자동차의 렌터카대리, 판매대리업체였다. 그는 처가의 배경을 이용해 엄천난 실적을 거뒀다. 상하이기차 후마오위안(胡茂元) 회장은 우샤오후이를 눈여겨봤고, 그에게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인 덩줘루이(鄧卓芮)를 소개했다.

덩줘루이는 혁명원로였던 천이(陳毅)원수의 아들인 천샤오루(陳小魯)와 함께 1990년대 초반부터 저장성 일대의 인프라건설사업에서 정부공사를 따내거나 국유지를 낙찰받는 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의 우샤오후이는 결국 덩줘루이와 재혼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천샤오루는 우샤오후이에게 사업을 극대화하려면 금융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고, 우샤오후이는 2004년 자동차보험업체인 ‘안방손해보험’을 창업한다. 10여년 후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안방그룹의 시작이었다.

◆덩줘루이 천샤오루 태자당과의 인연

안방손해보험은 2004년 '저장중로인프라건설투'라는 업체가 투자한 2500만 위안을 비롯해 5억 위안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저장중로'라는 업체는 천샤오루와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듬해인 2005년 국유에너지기업인 시노펙(중국석화)이 이 회사에 3억3800만 위안이라는 거금을 투자한다. 이어 2006년에는 상하이기차가 7억5800만 위안을 투자한다. 두 국유기업의 투자과정에 태자당인 천샤오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방손보는 2008년 중국보험감독위원회로부터 텔레마케팅 영업허가를 취득했다. 당시 모든 손보업체들이 백방으로 뛰었지만 취득하지 못했던 텔레마케팅 영업허가였기에, 업계가 깜짝 놀랐다. 2010년에는 안방생명보험이 설립됐다. 2011년 4월 보감회는 자산관리공사 설립요건을 보험경력 8년에서 5년으로 완화시켰으며, 바로 직후인 그해 5월 안방보험은 자산관리공사 설립을 비준받는다.
 

안방보험그룹.[사진=아주경제]



◆2013년 그룹전면에 나서

2011년 더 큰 자본금이 필요하자 우샤오후이는 자신이 설립했던 롄퉁리스와 여행자기차를 동원해 47억 위안을 추가 투자한다. 이와 함께 메이쥔(美君)투자와 자싱(嘉興)고속도로건설투자 등 천샤오루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업체가 도합 38억 위안을 투자했다. 자본금은 2011년 120억 위안으로 늘어났고, 일약 업계 2위의 손해보험업체로 뛰어올랐다.

2011년 안방그룹 구조조정안이 보감회를 통과했고, ‘안방보험그룹’이라는 회사를 정점으로 하는 금융그룹이 형성됐다. 산하기업으로는 안방생명보험, 안방손해보험, 안방양로보험, 안방자산관리공사, 허셰(和諧)건강보험 등이 있었다.

2013년 11월 우샤오후이가 그룹회장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그때까지 그룹회장은 상하이기차 회장이었던 후마오위안이었다. 이때 우샤오후이가 덩줘란과 이혼했다는 비확인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안방보험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순식간에 500억 위안 증자, 차명의혹

2014년과 2015년에 모회사인 안방보험그룹에 대규모 증자가 이뤄진다. 모두 32개 업체가 500억 위안의 자본금을 불입했다. 이로써 2016년 3월28일 기준으로 안방보험그룹의 주주는 모두 39개 기업으로 구성되게 됐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해 9월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NYT가 이 39곳 업체 각각의 대주주들을 조사해보니 우샤오후이 고향의 친지와 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일반노동자인 우샤오후이의 친척 4인은 모두 120억 달러 어치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새로 추가됐던 32곳 회사 중 일부는 사무실이 없거나 페이퍼 컴퍼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차명지분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안방보험그룹의 실제주주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안방보험그룹에 덩샤오핑의 손녀딸, 천이의 아들이 연관된 만큼, 태자당의 자금이 차명의 형태로 안방보험에 들어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이 같은 배경에 안방보험의 글로벌 M&A과정에서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안방보험이 인수한 미국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사진=바이두 캡처]


◆전세계 공포떨친 차이나머니

2014년 이뤄진 대규모 자본금 확충과 자산운용상품 판매의 호조로 실탄이 두둑해진 안방보험은 해외 M&A로 '안방'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같은 달 17억 위안에 벨기에의 보험회사 피데아를, 2개월 후에는 15억 위안에 벨기에의 델타로이드 은행을 인수한다. 연이은 글로벌 인수합병에 세계가 놀랐다.

2015년 2월에는 네덜란드 보험회사 비밧(VIVAT)을 95억 위안에 인수했으며 2015년 11월에는 미국 보험회사인 피델리티를 100억 위안에 인수했다. 2015년 2월 우리나라의 동양생명을 1조1319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300만 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총 자산 16조6510억원의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안방그룹은 중국내에서 공격적인 지분매입 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말 기준 안방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상장기업은 공개된 것만 모두 24곳이다. 이 중 금융가(金融街)그룹의 지분은 29.98%를 보유하고 있다. 진디(金地)그룹의 지분 20.44%를, 민생은행 19.2%, 초상은행 13.11%, 신장진펑커지(新疆金風科技) 11.84%, 다상(大商)은행 14.28% 등을 소유하고 있다. 보유주식의 시장가치는 2000억 위안(한화 약 35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조여온 그물망

중국내 규정에 따르면 보험업체의 해외투자한도는 전년말 총자산의 15%를 초과하지 못한다. 이 제한은 안방보험의 해외M&A에 족쇄가 된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3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인수전에 갑자기 뛰어들어 판돈을 올렸다가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고 철수한 바 있다. 캐나다의 '인베스트 리얼 이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가 보유한 호텔들의 매각 협상에 참여했다가도 철수했다.

중국내 여론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내 자본유출로 금융시장이 출렁였고, 안방보험이 해외 M&A과정에서 자본을 불법유출시켰다는 풍문이 돌았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류스위(劉士余) 주석은 지난해 12월초 중국 보험사들을 ‘야만인’이라 칭하며 맹목적인 투자행태를 비난했다. 같은 달 보감회는 자산관리상품(WMP)으로 조달한 자금을 투자에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시켰다.

샹쥔보(項俊波) 보감회 주석은 지난 2월22일 "보험산업이 부유한 악동들의 클럽으로 전락하거나 기업 사냥꾼이나 인수 전문가, 소위 금융 악어들의 군자금의 용도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방보험을 겨냥했다.
 

안방보험 베이징사옥 전경.[사진=아주경제]


◆뜨거운 감자 우샤오후이

그러던 중 지난 13일 우샤오후이가 낙마했다. 혐의는 ▲대주주의 차명투자 ▲자산 불법 해외반출 ▲자산매입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자산매입 과정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9일에는 중국의 보험업계를 총감독해온 샹쥔보 보감회 주석이 기율위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안방보험과 관련된 관료들의 부정부패나 비위행위가 철저히 조사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주주 차명투자나 자산 해외 밀반출 부분은 간단치 않다. 만약 소문대로 안방보험에 태자당의 재산이 투자됐다면, 이는 경제이슈의 영역을 넘어선다. 게다가 올 가을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우샤오후이에 대한 조사가 단지 진상을 밝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태자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만약 안방보험 배후에 있을 태자당까지 처벌대상으로 한다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자칫 정권기반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반부패'를 기치로 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안방보험의 배후를 건드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의 힘겨루기가 진행된 후, 결국은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치적 대주주'들의 협상을 통해 안방보험 게이트의 처리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방보험그룹 주력계열사 2곳 자산추이(단위:억위안, 자료:상하이거래소)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안방생명보험  39    81   169   1199  9167  1조4525
안방손해보험  51   897  1463  2088  3500    7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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