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희 지모비 대표 "천 년 전 당나라 문화서 아시아 정신의 근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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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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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唐詩) 정수 모은 '마음가는대로' 출간

정승희 대표 [사진=삼우반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손녀 아라벨라 수큐너는 당(唐)나라 시를 암송하는 동영상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서 화제가 됐다.

쿠슈너는 자신의 어머니인 이방카가 작년 춘제 즈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붉은색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채 이신(李神, 772~846)이 고달픈 농민의 생활을 노래한 '민농'(憫農)과 거위의 모습을 노래한 낙빈왕(駱賓王, 640~684·추정)의 '영아'(詠鵝) 등을 읊었다. 

중국 고전으로는 수많은 시와 소설이 거론되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는 가도(賈島), 두목(杜牧), 두보(杜甫), 맹호연(孟浩然) 등이 활약했던 당나라 시대의 당시(唐詩)다. 인간 삶을 자연에 빗댄 당시는 상대방에게 직접 표현하기 껄끄러운 내용도 에둘러 전달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중국을 찾는 정치지도자나 기업 최고경영자가 중국 파트너를 만날 때 고전을 인용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당시 산책 - 마음가는대로'(삼우반)를 출간한 정승희 ㈜지모비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전역을 돌아다녔다. 정 대표는 기차에서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보고 중국에서 꿈을 펼치기로 결심했고, 상하이교통대학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다니며 중국의 정보통신(IT)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그는 중국문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국 기업의 중국 법인 대표, 중국 기업의 한국 법인 대표 등 다양한 교류 사업을 하며 방대한 고전 속 문장들을 섭렵했다. 그는 특히 한시에 매료돼 독학으로 이백(李白, 701~762)을 비롯한 중국 시인들의 작품을 꾸준히 읽고 번역해 왔다. 지난 2012년 '이백 시 다시 읽기'(명성서림)을 냈던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당시 산책 - 마음가는대로' [사진=삼우반 제공]


이번 책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깊은 공감을 가진 당나라 시인들의 작품 중 정 대표가 골라 뽑은 정수(精髓)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중국을 대상으로 꿋꿋하게 사업을 펼쳐온 여성 CEO로서 중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당시를 비롯한 중국의 문장에서 그 깊은 가치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당시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일 하는 틈틈이 당시를 번역하며 빼어난 당 시인들과 깊은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 책을 출간한 것에 대해 "시공간을 초월한 멋진 사랑을 나눈 듯 하다"며 "천 년 전 당나라 문화에는 아시아 정신이 나아가야 할 근간, 즉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개방성과 포용력, 창의와 미의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책에는 역자의 조부이자 1900년대 초중반 남종화의 대가인 동강 정운면 선생(1906∼1948)의 그림 20여 점이 실려 있어, 시 감상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자칫 진부하거나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당시를 제목처럼 독자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200쪽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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