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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신남향정책上] 대만 관광지마다 중국인 발길 '뚝'… 동남아·서남아인 관광객으로 '북적'

입력 : 2017-06-17 06:00수정 : 2017-06-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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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통신원 모종혁 =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노골화 되면서 대만이 추진 중인 신남향(新南向)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만을 방문했던 아주경제 모종혁 통신원의 현지 르포를 통해 신남향 정책의 배경과 원인, 진행 상황, 향후 전망 등을 상·하편으로 나눠 살펴본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간 난강전시센터에서 열렸던 ‘컴퓨텍스 타이베이 2017’. [사진= 모종혁 통신원]


지난달 30일 대만(臺灣) 타이베이(臺北)에 소재한 난강(南港)전시센터.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전시회인 ‘컴퓨텍스 타이베이 2017(이하 컴퓨텍스)’가 5일간의 일정으로 막을 열었다. 컴퓨텍스는 대만국제무역협회(TAITRA)와 타이베이컴퓨터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대만 최대의 전시박람회이기도 하다. 올해는 26개국에서 1600개의 업체가 참여해 5010개의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타이트라의 홍보 책임자는 필자에게 “지난해에는 178개국에서 4만969명의 바이어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고 소개했다.

오전 10시에 열린 개막식은 컴퓨텍스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천젠런(陳建仁) 대만 부총통, 리스광(李世光) 경제부 장관 등 중앙정부의 고위 인사와 10여명의 외교사절이 참석했다. 천 부총통은 축사에서 “차이잉원(蔡英文)정부는 창신경제, 아시안 실리콘밸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ICT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만을 미래산업의 허브이자 스타트업 인재의 터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이 끝난 뒤 천 부총통은 전시회장 곳곳을 둘러보며 대만 IT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올해 컴퓨텍스의 규모는 예년보다 작다. 참가국은 지난해(29개국)보다, 참가기업은 2015년(1715개사)보다 적다. 일부 중국 IT기업들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긴장된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를 반영한다. 지난해에는 갓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개막식에 참석했고 전시부스에서 가상현실(VR)을 체험했었다. 당초 컴퓨텍스 주최 측은 올해도 차이 총통의 참석을 예상했었다. 허나 차이 총통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질 않았다.
 

개막식 직후 ‘컴퓨텍스 타이베이 2017’에 참가한 한 대만기업의 전시부스를 찾아 격려하는 천젠런 대만 부총통(오른쪽에서 2번째)과 리스광 경제부 장관(오른쪽에서 4번째). [사진=모종혁 통신원]


지난달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차이 총통은 컴퓨텍스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각종 대외 활동에 참석하질 않고 있다. 역대 총통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졌던 공식 기자회견조차 열지 않았다. 원주민 아이들을 관저로 초청해 조촐히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다. 차이 총통의 이런 모습은 국정 지지율이 28%로 급락한 것과 관련 있다. 이는 지지율 최고치였던 56%의 반 토막이자, 역대 총통 1주년으로는 가장 낮다. 지난해 1월 16일 대만은 14대 총통과 9기 입법원(국회) 의원을 뽑는 동시 선거를 치렀다.

이 선거는 숱한 진기록을 남겼다. 차이 총통은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로 나서서 56.1%, 689만표를 득표해 당선됐다. 득표율과 득표수는 역대 진보 후보로써는 최대였다. 또한 차이 총통은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됐다. 민진당은 입법원 선거에서도 절대다수인 68석을 가져가 역대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이에 반해 국민당은 35석만 건지며 참패했다. 그 외 진보계인 시대역량이 5석, 보수계인 친민당이 3석을 차지해 대만 정계는 진보 천하체제로 완전히 개편됐다.

대만인들의 엄청난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차이 총통이 취임 후 보여준 행동은 실망스러웠다. 정치, 외교,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별다른 실적을 내질 못했다. 과거 국민당이 1당 독재 시절 축적한 부당이익을 환수하려 했지만, 국민당은 정치 보복이라며 저항하고 있다. 국민당은 지난 3월 차이 총통이 향후 8년간 사회기반시설에 8824억9천만 대만달러(약 32조9610억 원)를 투자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을 장악한 민진당만 이득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차이 총통이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키로 한 양안의 합의)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외교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이 총통은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서 밀월관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뒤로는 줄곧 외면당했다. 또한 같은 달 아프리카의 상투메프린시페가, 지난 13일에는 파나마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만과 수교 맺은 나라는 20개국에 불과하다.

 

매시 정각마다 진행되는 국부기념관의 위병 교대식. 2층 전망대에서도 참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진=모종혁 통신원]


중국은 외교뿐만 아니라 단체 관광객의 대만 방문을 제한하고, 대만 상품의 통관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정부가 우리에게 취한 보복 조치를 연상케 한다. 대만 교통부와 경제부가 필자에게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351만1700명으로 2015년(418만 명)보다 16.2%가 감소했다. 대만의 대중 수출은 738억7천만 달러로 전년(712억 달러)보다 3.74%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찾았던 국부기념관에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국부기념관은 양안 국민들 모두가 중국혁명의 아버지로 모시는 쑨원(孫文)을 현창하는 곳이다. 중앙홀에는 쑨원의 대형 동상이 있는데, 매시 정각에 절도 있고 멋있는 위병 교대식이 열린다. 이 때문에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라면 쑨원을 추모하고 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반드시 국부기념관을 찾는다.

필자가 국부기념관에 도착했을 때 마침 위병 교대식이 시작하고 있었다. 2백여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1층 홀과 2층 전망대에서 교대식을 참관했다. 대부분 억양이 강한 말투를 쓰는 중국인들이었다. 허나 명성처럼 구름 인파는 아니었다. 교대식 직후 기념관 직원들에게 문의하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예전보다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난징(南京)에서 온 30대 여성도 “대만을 찾는 단체관광 상품이 별로 없어 개별여행 상품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대만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전통 마을 지우펀. [사진=모종혁 통신원]


지난달 29일 찾아간 지우펀(九份)에서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우펀은 대만을 대표하는 거장 허우샤오셴(侯孝賢)의 1989년작 '비정성시(悲情城市)'의 촬영지로 처음 대내외에 알려졌다. 한적한 산골 마을이지만 산비탈에 보존된 오래된 집과 가파른 계단 양쪽에 늘어선 특색 있는 가게로 유명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SBS드라마 '온 에어'에도 등장해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반드시 찾는 명소인 셈이다.

마침 필자가 지우펀을 찾은 날은 전통 명절인 단오절 연휴 기간이었다. 대만 각지와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산골 마을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헌데 과거와 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구·한국·일본·동남아·서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이 중국인보다 훨씬 더 많았다. 특히 동남아와 서남아 관광객의 비중이 예상 외로 높았다. 실제 지난해 대만을 찾은 동남아와 서남아 관광객은 169만3000명으로 2015년(146만명)보다 16.1%가 늘어났다. 올해도 견고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 10개국·서남아 5개국과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 전체 수출(2803억 달러)에서 동남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18.3%(513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동남아 수출이 늘더니, 올 1~4월에는 211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7%가 증가했다. 이 덕분에 같은 기간 대만의 전체 수출은 13.6%가 늘어났다. 이런 성과는 차이 총통이 집권 직후부터 중국으로부터 경제·무역 종속을 벗어나기 위해 신남향(新南向)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다. 신남향정책은 차이 총통의 취임 1주년에 비판적인 대만 언론조차 '유일한 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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