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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➃] ‘모방인가, 재창조인가’…변화하는 중국영화

김봉철 기자입력 : 2017-06-15 11:00수정 : 2017-08-1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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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블록버스터의 빛과 그림자

영화 미인어 포스터[사진=영화 미인어 공식홈페이지]

푸른 바다, 인어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바닷가 절벽 밑 폐선은 인어 마을이다. 해양 음파 탐지기 탓에 바다에서 내쫓긴 문어와 인어들은 간척사업가를 암살하기 위해 가장 예쁜 인어를 킬러로 훈련시킨다. 영화 ‘미인어’의 한 장면이다.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미인어는 2016년 개봉해 33억9200만 위안(약 5636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다. 기존 중국영화와 달리 동화 속 소재, 영웅과 사랑, 판타지 등 디즈니 영화 스타일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용결 : 잃어버린 전설’은 영생을 주는 피안화를 찾아 고대 무덤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굴을 막기 위해 곳곳에 파놓은 함정을 해결하는 에피소드들과 악인을 저지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사투, 파괴되는 무덤을 탈출하는 모습에서 ‘미이라’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영화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영화는 정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주선율 영화나 5세대 감독 작품에서 보여주던 미학, 전통적 가치관을 담아내던 무협 영화와 전혀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한 영화시장 개방을 앞둔 중국은 글로벌 영화들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했다.

특히 세계영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와 겨룰 수 있는 중국형 대작이 필요했다.

중국형 대작, 즉 ‘차이니즈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다. 이들 영화는 소재와 주제, 의복, 무술 등 중국적 스토리를 화려한 볼거리로 재현함으로써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하고 중국문화를 전파하고자 했다.

황실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화려한 영상미로 표현한 ‘황후화’나 무협 영화 전통을 이어받은 ‘영웅’과 같이 중국적 스토리와 미학을 계승한 차이니즈 블록버스터는 중국영화의 새로운 출발이었다.

하지만 미인어, 몽키킹 시리즈, 몬스터 헌터 등 최근 중국영화는 점차 할리우드 영화스러워지며 장르 영화로서 정체성 및 국적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황실, 쿵푸, 무협 또는 중국인의 삶을 다루던 중국적 스토리는 할리우드 대표 스토리인 판타지와 모험으로 대체됐으며 프레임은 정교한 카메라 워킹보다는 컴퓨터그래픽(CG)나 신문물 등 화려한 볼거리로 채워지고 있다.

짝퉁, 모방, 표절로 대표되는 이른바 ‘베끼기’ 행태도 사회적인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물건이 등장하면 어느덧 짝퉁이 유통된다. 제조업에서 이제는 문화콘텐츠까지범위도 넓어졌다.

MBC 무한도전, JTBC 히든싱어, TvN 윤식당 등 한국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중국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SBS 파일럿 방송 심폐소생술의 경우 합작논의가 무산되자, 이내 비슷한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과거 한국에서도 일본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논란은 존재했었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한국은 ‘눈치라도 보는’ 모방이었다면 중국은 ‘당당한’ 모방이다. ‘베끼기’에 관대한 태도는 ‘산자이(山寨) 문화’와 같은 모방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문화유전자를 통해 국가별 문화를 해석한 거넥 베인스는 중국의 짝퉁 문화를 모방과 베껴쓰는 한자 습득 과정에서 이어진 문화적 본능으로 해석한다.

그의 주장처럼 ‘베끼기’ 문화가 문화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으나, 그것만으로 이러한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눈치 보지 않는 대국의 배포와 모방에 대한 관대한 태도, 저작권 관련 법규 부족이 어우러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영화 도성풍운의 한 장면.[사진=영화 도성풍운 캡처]


최근 개봉한 중국영화를 보면 영화 중간 느닷없이 배우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성풍운’에서는 교도소에 갇힌 주윤발이 제소자들과 함께 노래하며, 유덕화는 복제 로봇들과 함께 느닷없이 브레이크댄스를 선보인다.

마치 인도의 마샬라(Masala movie) 영화와 같다. 인도는 볼리우드(Bollywood)로 불릴 만큼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영화산업의 메카다.

중국에서는 ‘해피 뉴 이어’, ‘세 얼간이’,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 등 인도영화들이 연이어 흥행했다.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는 중국 개봉 당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누르고 역대 외국영화 최고 수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5월 개봉한 ‘당갈’ 또한 흥행 신기록을 쓰며 인도영화의 저력을 증명했다.

할리우드와 볼리우드 영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중국영화’를 발전시키기보다는 그들의 방식을 모방하는 방법을 택했다.

역대 흥행 순위 100위 내 자국영화가 50%를 넘어서는 것을 볼 때, ‘할리우드적인 것’과 ‘볼리우드적인 것’이 혼합된 영화가 중국 내 관객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라면 접근이 쉬운 자국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영화를 제작하고 영화 대국이 되겠다던 중국이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한국에서는 한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었다. 가장 중국영화다운 영화가 세계 영화시장에서 중국영화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박사)]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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