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광화문 1번가, 폐암 환자 간절한 목소리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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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4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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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불통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소통의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대통령 문재인 정부의 국민 소통은 종양내과 의사인 필자도 기대가 크다. 특히 국민이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광화문 1번가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마음에 직접 와 닿는다.

정부의 의지와 소통이 꼭 필요한 국민들이 있다. 사망률 1위임에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폐암 환자들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폐암 환자들에겐 치료제 외에 방법이 없다.

폐암은 발생요인인 EGFR 유전자 변이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등장으로 치료 성과가 개선돼 왔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도 일정기간 복용하면 T790M이라는 새로운 내성 변이로 더 이상 듣지 않는다. 다행히 최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등장했다.

새로운 표적항암제는 초기 임상개발단계부터 국내 의료진이 참여해 국내 시판 전부터 많은 국내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포함됐다. 진료하는 입장에서 임상에 참여해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절감한다.

하지만 임상이 끝나고 허가까지 이뤄진 현재는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치료가 어렵다.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절망하고 좌절하는 환자들을 보며 주치의로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참담해진다.

항암제로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은 폐암 환자에게 단순히 몇 개월의 생명연장이 아니라 환자와 그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삶과 인생과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안타깝다.

올봄에는 항암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될 것이라 믿었던 환자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다음 아고라에는 보험급여 청원이 올라와 1200명이 참여했다. SNS에서도 보험급여 검토 시스템과 정부의 검토 의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폐암 환자들의 목소리가 광화문에 울려퍼지고 문재인 정부에 들리길 바란다.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삶을 포기해야 하는 국민들을 국가가 잡아주길 바란다. 정부가 소통에만 그치지 않고, 죽어가는 환자들의 새로운 삶을 보장해주는 결단을 하루 빨리 내려주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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