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3] 십칠만 사천 소프트웨어 강사 양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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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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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홍열]


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향후 5년간 공무원 17만4000명의 증원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청년 실업이 사회적·경제적 주요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되었고 대통령 후보라면 당연히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문재인 후보는 대안 중 하나로 정부 재정을 활용한 일자리 공급을 선택했다.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이 공약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문재인 후보의 당선으로 일자리 공약은 현실화될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이 공약 하나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후보 결정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년 실업뿐 아니라 비정규직 확산, 구조 조정의 상시화 등 불안한 노동 환경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이런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이나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 글로벌 혁신형 강소기업 육성 등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이런 주장들보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고 보인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니 공약은 이제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좋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선거 기간 중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든 혹은 그러지 않았든 간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이상, 공약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제언들은 다양한 것이 좋다. 어느 제언을 선택할지는 의사 결정권자의 의무이자 권리이겠지만 판단의 결과는 대한민국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과의 최종 책임은 결국 국민들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 5년 임기의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할 수도 없고 그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우리 모두는 5년 후, 10년 후에도 이 나라에서 제대로 먹고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무원 17만4000명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5년 후에도 계속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선거 기간 중 문재인 후보 일자리 공약 비판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현실 경제가 엉망인 상태에서 추가된 공무원들의 봉급과 유지비용을 위해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미래형 성장 동력과는 상관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비판은 대통령 당선으로 이미 효력을 상실했고, 두 번째 비판에 대한 대안은 아직 유효해 보인다. 이왕 공무원들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면 추가 채용된 공무원들을 미래 성장 동력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상식적이지만 우리가 흔히 잊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는 천연자원도 문화자원도 빈약하다. 국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한데 갖고 있는 무기가 사실상 거의 없다. 유일한 게 있다면 바로 인적 자원, 즉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래 세대에게 투자를 해서 미래 성장 동력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 교육 시스템은 공무원 시험을 위해서는 적절할지 몰라도 미래형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명문대 합격을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혁명적 변화가 아니고는 현 시스템에 조금이라도 자극을 줄 수가 없다. 시스템에 손을 댈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법은 있다.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17만4000명을 활용하면 된다. 이 중 최대한 많은 수의 공무원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게 하고 순차적으로 학교로, 청소년단체로, 지역사회로 보내 어린 세대에게 새로운 언어를 알려줘야 한다. 텍스트 기반의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비트 코인, 3D 프린팅, 자율 자동차와 드론이 가져올 미래는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이 만든 아래한글 리포트에서는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미래는 기본적으로 불가지의 세계다. 예측대로 전개되는 세상이 아니라 도전과 창의 속에서 조금씩 형성되는 새로운 공간이다. 그 공간의 주인공은 기성세대가 만든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창업가의 꿈을 꿀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노벨상 운운하지 말고 어려서부터 과학기술적 소양을 길러줘야 한다. 문과, 이과라는 철 지난 구분은 폐기하고 새로운 언어를 통해 미래의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 여기저기서 이야기되고 있는 미래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은 사실상 지극히 현실에 국한된 논의들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과 연구소들이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하면 정부 및 관련 부처들이 예산을 편성해서 자리와 지위를 유지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이런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 필요할지는 몰라도 현재 우리의 현실은 서민의 세금을 거둬 추가 증원된 공무원 봉급을 계속 줄 정도로 넉넉하지가 않다. 공무원 증원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대선 때마다 공무원을 증원하자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왕 증원하기로 한 거,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베팅하자. 미래를 위해 큰 판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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