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계기로 무역 전쟁 촉발하나...파리협정 미래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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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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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생 에너지 고용률 증가 속 미국 일자리 창출에 도움 안 될 것"

  • 미국산 제품에 대한 '탄소세' 시작으로 무역 전쟁 단초될 수도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정부가 지구 온난화 대책의 일환인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파리협정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서 최악의 경우 이른바 '탄소세'를 계기로 하는 무역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미 일자리 창출 가능성 불투명...계산기 두드리는 기업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협정을 탈퇴하기로 한 것은 화석 에너지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기존 발전소나 탄광, 기타 화석 연료 생산 분야의 일자리 보존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실제로 이해득실을 따져 보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다수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통 화석 연료 산업 노동자만큼 에너지 효율 및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인력도 상당하다. 미 에너지국은 최근 조사를 통해 "전통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110만 명,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는 88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향후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외려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태양광 분야와 풍력 발전 분야 고용은 각각 25%,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고용 창출 수준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그간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해왔던 에너지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엑손모빌과 영국·네덜란드 합작 기업 로열 더치 셀과 영국 BP, 프랑스 토탈 등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파리협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2020년 이후의 온난화 대책을 추진해왔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서의 천연가스 전환이 가속화되면 현재 천연가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탈퇴 이후 시장 예상대로 기후변화 대책의 중심축이 중국과 유럽으로 돌아가면 이런 투자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 "재협상 가능성 없어...무역 전쟁 우려"

시장에서는 파리협정을 주도했던 미국이 탈퇴하는 만큼 재협상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프랑스·독일·이탈리아 정부가 공동성명을 통해 재협상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 이후 철강 등 미국산 제품의 생산 비용을 경쟁국보다 낮출 경우 무역 상대국들이 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 경제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 배출을 유발할수록 미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른바 '탄소세'다.

자문 업체인 글로벌 카운슬의 그레고어 어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탄소세를 도입하는 국가의 선례가 생긴다면 다른 국가로의 확산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 전쟁의 위험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미국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탄소 배출량 감축 등 파리협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과정에서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대규모 보복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미국이 그동안 추구한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하고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앞세운 고립주의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미국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주요국들의 각축전이 심화될 전망이다.

파리협정을 최대 업적으로 꼽아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이 "미래를 거부한 소수의 국가들에 합류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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