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한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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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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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

 
지난 5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올해는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한 관광’을 주제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습지의 건강성도 함께 다뤘다.

일본 홋카이도의 구시로 습지는 흔히 ‘학’으로 불리는 ‘두루미’의 세계적인 서식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은 예전부터 두루미가 대규모로 서식했는데, 개척을 진행하며 그 수가 급격히 줄어 20세기 초반 멸종위기에 처한 때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의 두루미는 현재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었을까? 배경에는 겨울마다 배고픈 두루미에게 옥수수와 메밀을 주던 주민의 숨은 손길이 있었다.

수십년간 계속된 노력으로 두루미는 600여 마리로 늘어나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현재는 매해 겨울이면 이들의 환상적인 짝짓기 춤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곳을 찾자면 순천이 아닐까 싶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순천만’은 순천시가 생태관광화에 나서며 주변의 공간 정원부지 112만㎡(34만평)를 정리, 2013년에 ‘순천만국가정원’이 됐다.

봄에는 노란 물결의 유채꽃이, 가을에는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밭이 정원을 가득 채우는 이곳은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철새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도시 개발과 함께 찾아오는 환경오염처럼, 오랫동안 관광과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 여겨왔다.

그러나 관광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단순한 '자연의 소비'에 방점을 둔 대량 관광에서 벗어나, 지구의 생태계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자연자원의 보전을 통해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게 한다. 자연에 이득이 되는 일이 결국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사실에 인류는 공감하고 있다.

환경부의 대표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제주 동백동산이나 우포늪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속가능한 관광'은 자연과의 조화와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따라 자연 속의 작은 꽃 한 송이, 개구리 한 마리도 관광의 좋은 원천이 된다. 그렇기에 지속가능한 관광에는 생물다양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생물다양성이란, 쉽게 말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얼마나 다양하게 존재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생태계의 건강함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생물다양성을 온전히 보전해야만 가능하고, 보전에는 국민의 참여와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소중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국가 생물다양성 책임기관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물자원관은 칠보치마·노랑무궁화(황근)·미호종개·저어새 등 멸종위기 생물을 보전·복원하고, 서해5도와 제주도·울릉도·독도 등 주요 도서의 조류·포유류·양서파충류·곤충 등 생물다양성 정밀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서식환경을 개선하고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존재 여부를 몰라 생물이 사라지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우리 국민이 생물의 가치를 향유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자생생물도 발굴하고 있다.

아울러 5월 생물다양성 주간에 맞춰 기획전 ‘찾아라! 우리 생물, 지켜라! 지구 생물’을 개최한 바 있다.

이처럼 생물자원관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관광, 사람과 생물이 공존하는 미래를 국민에게 알리고 생물다양성을 지켜나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그간 생물이 주는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소중함을 느끼기보다 무분별하게 이를 이용하며 생물다양성을 해쳐왔다.

구시로 습지의 두루미, 순천만의 갈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건조한 세상이 될 것인가.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세상, 국민이 행복한 미래를 위해 생물자원의 존재와 가치를 찾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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