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의 제인' 구교환, 잊을 수 없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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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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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의 제인'에서 제인 역을 열연한 배우 구교환이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매 작품 낯설다.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를 지나, 셀프 연애 다큐를 찍는 감독(영화 ‘연애 다큐’), 헬조선에 살고 있는 20대 백수(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와 트랜스젠더(영화 ‘꿈의 제인’)까지. 배우 구교환(35)은 자신의 얼굴에서 가장 가까운 타인의 얼굴을 꺼낸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다. 이토록 강렬한 인상. 그를 모를 수는 있어도, 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달 31일 개봉하는 영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 역시 마찬가지다.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소녀 소현(이민지 분)과 누구와도 함께하길 바라는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구교환 분)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 이 작품에서 구교환은 트랜스젠더 제인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오잖아요. 대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그 사이에 동선이나 여백이 느껴지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꿈의 제인’의 경우에는 후자였어요. 제인의 움직임, 호흡 등을 채우고 싶었죠.”

영화 '꿈의 제인'에서 제인 역을 열연한 배우 구교환이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제인은 미스터리한 여인이다. 이태원 클럽 ‘뉴월드’에서 노래를 부르는 디바이자,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겐 엄마 같은 존재이며, ‘뉴월드’의 직원인 정호에 대한 순정을 품고 있는 여자다.

“저는 그 역할에 다가가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궁금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인은 그 부분에서 완벽히 (조건에) 부합했죠. 멋진 여인, 누나 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어요.”

멋진 여인이자 누나, 아픔을 간직한 인간적 모습 등. 극 안에서도 제인은 다양한 얼굴을 표정을 짓는다. 구교환은 어떻게 제인에게 다가갔을까? 그에게 “제인이라는 ‘옷’을 언제 ‘입었나’”하고 묻자, 그는 “‘입었다’는 표현과는 다르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입었다는 개념과는 조금 달라요. 제인과 일체감을 느끼기보다는 제가 본 제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어요. 만났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네요. 현장에서는 제가 제인의 말과 행동을 옮겼고, 제가 제인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그를 만나고자 노력했어요. 제인 같은 인물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렇게 다가갔죠.”

극 중 제인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사진=영화 '꿈의 제인' 스틸컷]


제인에 대한 구교환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지나 언론시사회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제인에 대해 “볼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구교환은 여전히 제인을 타자화했다. “반갑게 인사하는 기분”으로 제인을 만나고, 반가워하며 가만히 지켜보았다.

“제인은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사람이에요. ‘이런 인물이야’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되는 인물이죠. 그에 대한 전사를 최소화시키면서 또 세세하게 만든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전체적인 그의 삶보다는 순간순간을 사는 제인에게 집중했죠. 다만 제인을 판타지적으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인의 생각을 많이 하려고 했죠.”

제인은 그야말로 묘령의 인물이었다. 구교환은 조현훈 감독과 자주 만나 제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곤 했다. 이 과정 역시도 구교환은 “조현훈 감독과 제인, 그리고 제가 만나 대화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님과 자주 만난 건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죠. 하하하. 저희 동네에 사시다 보니까. 자주 만나게 되더라고요. 감독님과 만나서 제인의 동선에 관해 이야길 많이 나눴는데 그게 연기적 메커니즘에 대한 건 아니었어요. ‘제인은 어땠을까?’에 관한 거였죠. 제인이 바다에서는 어땠을까? 맨션에서는 어땠을까? 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것들을 궁금해했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죠.”

극 중 소현 역을 맡은 이민지(왼쪽)와 제인 역을 맡은 구교환[사진=영화 '꿈의 제인' 스틸컷]


관객 역시 제인에 대해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을 터다. 제인은 공백과 사이가 많은 여자다. 이 빈틈을 메우는 것은 온전히 배우 구교환의 몫이었다.

“연기하면서 그 사이를 메웠던 것 같아요. 공간이나 캐릭터, 분위기가 주는 힘이 분명히 있었죠. 특히 ‘뉴월드’에서 그랬어요. 그 공간에 있기만 해도 풍기는 분위기가 있었죠. 가족사진을 보거나 무대에 서거나…. 그런 순간순간이 제인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제인에 대해 계속 알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구교환은 내실을 단단히 하고자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캐릭터를 전시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분명 외적인 부분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이미지 역시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는 거식증을 앓고 있는 제인을 연기하기 위해 10kg 정도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헤드윅’보다 더 예뻤다”고 거들자, 그는 멋쩍은 듯 웃기만 한다.

“모든 스태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죠. 하하하. 머리부터 옷, 세세한 부분들까지 많은 도움을 줬어요. 특히 정서적인 부분이 그렇죠. (스태프들이) 제인처럼 대해줬고, 덕분에 제인처럼 있을 수 있었죠. 물리적으로 준비한 건 하이힐을 신는다거나 살을 빼는 건데 그런 건 사실 이렇다 말씀드리기가 부끄러워요. 배우로서 당연한 일이잖아요? 피아니스트를 연기하면서 서툴게 피아노를 칠 수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가 해야 할 몫이었어요.”

구교환은 제인을 만나며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화를 관통하는 제인의 대사, 제인의 행동을 통한 것들이었다.

“제가 제인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 것’이에요. 영화 속에서 제인은 그 누구에게도 ‘어머, 어떡하니. 너 불쌍하다’고 하지 않잖아요. 저도 어떤 것도 단정 짓지 않고, 한 면만 바라보지 않으려고 해요.”

영화 '꿈의 제인'에서 제인 역을 열연한 배우 구교환이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구교환은 배우이기 전에 감독이기도 하다. ‘거북이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연애 다큐’, ‘걸스 온 탑’ 등 다수의 단편 영화를 찍었고 그 중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않는가?’(2013)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차기작은 아마 연출작이 될 것 같아요. 이옥섭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장편이 될 것 같은데 내용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비밀은 아니고 ‘이런 내용이다!’라고 할 수 없는 내용이라서. 혼란만 드릴 것 같아요. 하하하.”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마치며, 구교환에게 “다시 만날 때까지 지킬 수 있는 ‘약속’ 한 가지”를 부탁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 싶더니 쑥스러운 듯 웃으며 그런다.

“다시 만나는 거죠. 그게 제겐 가장 큰 약속일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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