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금융시장의 적폐, ‘관치’ 청산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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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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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총괄하는 차기 금융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정권에서 풀어내지 못한 금융권의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료 출신을 비롯해 대학교수·금융사 CEO, 전직 국회의원 등 많은 민간 출신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새 정부는 이들 중 가계부채·구조조정 등 금융권의 현안을 풀 수 있는 적임자를 조만간 선임할 것이다.

한 국가의 금융정책은 경제의 근간을 좌우하기 때문에 금융위원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앞서 해결돼야 할 것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듯 금융권에서도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관치 금융이다. 탁상공론에서 이어진 관치금융은 국내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당국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금융상품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재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금융상품의 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금융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그동안 금융당국의 관치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와 금융사가 수두룩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실제 관치금융으로 인한 폐해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선보였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다.

하나의 계좌로 예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ISA는 비과세 혜택 등을 장착하고 ‘만능통장’이라 불리며 지난해 3월 출시됐지만 가입자가 급감했다. 서민을 위해 야심차게 계획한 상품이라는 당국의 설명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바짝 긴장했다. 실제로 일선 업무 현장에 있는 직원들에게 가입자 확보를 지시하는 등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예금액이 1만원 이하인 깡통계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관치금융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탁상공론에서 시작된 관치금융으로 금융사들은 온갖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고,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려야 했던 직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육류담보대출 사기도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폐해이다. 지난 정부에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펼치자, 금융당국은 보험사들도 동산담보대출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강요했다.

결국 금융당국의 등쌀(?)에 못 이겨 동산담보대출에 나선 일부 보험사들은 면밀한 조사 없이 대출 확대에 나섰고, 그 결과 6000억원 금융사기라는 폭탄을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해당 보험사들은 아직까지도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몇년 전 도입됐던 '단종보험대리점' 제도도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잘못된 결과물이다. 애견보험을 애견숍에서 팔거나, 화재보험을 부동산에서 파는 단종보험제도는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책이다. 지금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당시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던 롯데 등 일부 그룹의 보험계열사만이 뛰어드는 등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병폐로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제1 공약으로 내세웠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의미한다. 금융권에서 쌓이고 쌓인 폐단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업계 종사들은 십중팔구 ‘관치’를 빼놓지 않는다.

관치금융의 희생양은 단순히 금융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또 국내 금융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관치청산이야말로 신임 금융위원장이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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