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계엄령,두테르테“IS위협 확산하면 전국확대,영장없는 체포허용”제2의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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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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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선포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다바오 시[사진: EPA=연합뉴스]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테러단체 소탕을 명분으로 인구 2000만명의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계엄령을 선포한 데 이어 필리핀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영장 없이 테러 용의자를 체포·구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지난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5ㆍ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한 것과 비슷한 점이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북한 남침 위협 등으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며 5ㆍ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했다. 하지만 이는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집권을 위한 쿠데타였고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대량 학살로 진압했다.

필리핀 계엄령은 IS를 추종하는 테러단체 소탕을 이유로 선포됐고 실제로 이 테러 단체가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필리핀 계엄령 선포는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5ㆍ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필리핀 계엄령를 계기로 IS를 추종하는 테러단체 소탕이라는 미명 하에 수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의 인권도 유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필리핀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3일 IS 추종 무장반군인 마우테가 민다나오 섬에 있는 인구 20만 명의 마라위 시를 공격, 주요 시설을 점거하자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발동했다.

마라위 시에서는 군경과 마우테의 교전 과정에서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다쳤다. 이중 사망자는 정부군 5명, 경찰 2명, 마우테 무장대원 13명이다.

마우테 이외에 아부사야프 등 여러 이슬람 반군이 민다나오 섬을 거점으로 테러, 납치 등을 일삼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24일 오후 귀국, 현지 언론들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선포한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IS 위협이 계속되면 민다나오 섬과 가까운 중부 비사야스 섬은 물론 북부 루손 섬으로 계엄 지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필리핀 전체에 계엄령을 발동한 것과 같다.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 매우 좋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72년 계엄령을 선포했고 1986년 '피플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할 때까지 수만 명이 투옥, 실종되는 인권 유린이 발생했다.

25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민다나오 섬에서 인신보호영장제도의 시행을 중단하는 헌법상의 긴급조치 권한을 행사했다.

인신보호영장 제도는 법원이 피구금자의 석방을 명령할 수 있는 헌법상의 구제 수단이다. 이 제도의 효력이 중지됨에 따라 계엄군이나 경찰 등이 테러 또는 반란 가담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해도 사법부가 막지 못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다나오 섬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수색하며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필리핀 인권단체연합인 '카라파탄'은 “계엄령이 답이 아니며 결국 대규모 인권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계엄령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을 죽일 수 있는 공습을 포함한 군사작전이 강화되고 초법적 처형, 불법 체포, 고문 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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