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원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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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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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킨십을 통한 소통에서 이제 정책 소통으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집무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재진들에게 “청와대 집무실을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죠?”라며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가 그동안 TV 화면이나 신문 사진을 통해 접한 대통령 집무실 풍경은,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중요 서류에 결재를 하고 그 곁에서 비서실장이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화면 비율과 사진의 구도가 주는 중압감은 단연 커다란 책상이다. 책상 너머에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위치하고 다른 참모나 시민들은 관전자일 뿐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원탁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이 정무수석 시절에 썼던 원탁을 다시 찾아서 집무실에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일반 소파의 경우, 서류를 올려놓고 일하기 불편한 데 비해 원탁은 일하기 편해서 집무실로 옮겨왔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원탁은 지난 19일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이미 선보인바 있다. 대내외적으로 문 대통령의 상징 부호에 원탁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원탁은 상하 개념이 없는 평등성을 기초로 한다. 원탁회의(round table conference)는 국제 외교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강대국이나 비강대국은 국력에 상관없이 평등한 관계를 기초로 협상한다는 의미다.

잘 알려져 있듯이 원탁의 기원은 고대 영국의 ‘아서왕 전설’에서 비롯됐다. 아서왕이 카멜리아드의 왕 레오데그란스로부터 그의 딸인 기네비어와 결혼할 때 원탁을 선물로 받았다. 아서왕은 이 원탁 주위에 기사들이 둘러앉게 해 상하 구별을 없앤다.

아서왕의 전설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變奏)돼 우리에게 익숙하다. 호수의 기사로 불리는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원탁의 기원은 정치적인 의미가 강해 대중에게 익숙하게 파고들지는 못했다.

원탁은 문재인 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상하 구분 없이 앉아 국정을 논의하고 시민들은 단순한 관전자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풍경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25일 국민인수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날 오후 2시 오프라인 국민소통공간 <광화문1번가> 오픈식과 함께 온라인 광장도 문을 연다. 광화문 1번가는 일반 시민들의 국정에 대한 제안을 접수하고 소통하는 창구다.

이 창구는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에도 온라인 쇼핑몰을 패러디 한 ‘문재인 1번지’를 통해 공약을 홍보해 온 것의 연장선상이다.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만든 이 선거운동은 이른바 ‘대박’을 친 상품이기도 하다.

어떤 형식이 됐던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소통이다. 소통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다 없앨 수는 없지만, 구중궁궐로 불렸던 청와대가 다시 개방되고, 대통령 집무실이 여민관으로 옮겨지고, 대통령 집무실을 시민들이 볼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다.

이같은 일련의 행보는 권력마저도 소통을 통해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산뜻한 출발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창발(創發·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는 일)에 있지 않다. 정부의 정책은 오랜 기간동안 시민들이 간절하게 소리쳤던 많은 요구들 중 중요한 것과 시급한 것을 선택해 지속적인 추진력을 가져야만 비로소 긴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스킨십을 통해 보여준 다양한 소통은 일회성이지만, 정책을 통한 소통은 지속적이고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쉽게 바꿀 수 없다. 무엇보다 그 정책이 시민 대다수가 원하는 것이라면.

문 대통령의 원탁으로 다시 돌아간다. 원탁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으로 구체화될 때 비로소 의미가 깊어진다.
문 대통령이 원탁을 선택한 그 마음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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