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선 D-15> 여당 두자릿수 리드…탈퇴협상 '메이 vs 메르크롱'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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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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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들 "보수당 46% vs 노동당 33%"…노동당 추격전 이어질지 관심
브렉시트협상, 보수당 'EU 단일시장 탈퇴'…노동당은 '모호'
보수당 '감세·복지삭감'…노동당 '부자증세·복지확대' 공약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조기총선이 24일(현지시간) 보름 앞으로 다가온다.

내달 8일 치르는 이번 선거에선 하원의원 650명을 뽑는다. 비례대표 없이 650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가 당선된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공개된 7개 여론조사 결과들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3일 현재 보수당 정당 지지도는 46%, 노동당 지지도는 33%로 파악됐다.

보수당이 13%포인트 앞서 있다.

2015년 총선 득표율(보수당 37%, 노동당 30%)과 비교하면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각각 9%포인트, 2%포인트 오른 수치다.

보수당 지지도 상승엔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끈 극우성향 영국독립당(UKIP)의 '몰락'의 반사이익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목표를 상실한 영국독립당 지지층이 보수당으로 결집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보수당이 17석(실질표결 기준)인 과반의석을 대폭 늘릴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지지도 흐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동당이 눈에 띄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

FT 집계 기준으로 보름전 17%포인트였던 격차가 13%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노동당 상승세(28%→33%)의 결과다.

여론조사기관인 유거브가 벌인 조사(18~19일)에선 격차가 9%포인트(보수당 44%·노동당 35%)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좀처럼 꿈적 않던 선거 판세가 지난주 중반 양당의 공약 발표를 계기로 움직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브렉시트 협상은 '메이 vs 메르크롱' 대결로

이번 조기총선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자신이 제시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전략을 놓고 국민의 신임을 직접 묻는 성격이다.

강력한 협상권을 손에 쥐고자 조기총선을 전격 요청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독일과 프랑스가 협상 전략을 놓고 분열이 터져 나온 영국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결국 프랑스 대선에서 친(親)EU를 표방한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자마자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강력한 EU를 위한 '독일-프랑스 협력'을 약속했다.

마크롱의 당선은 표면적으로는 협력하면서도 밑바탕에는 대륙 주도권을 다툼하는 '견제'가 깔렸던 독일-프랑스 관계가 '협력'에 방점을 둔 관계로 이동하는 것을 예고한다고 시각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도 최근 주(州)선거들에서 잇따라 승리해 오는 9월 메르켈 4연임 도전 성공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따라서 현재 여론조사대로라면 브렉시트 협상은 메이와 '메르크롱'(메르켈과 마크롱의 합성어) 한판 대결을 예고한다.

메이는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EU 단일시장과 최대한의 장벽 없는 무역관계를 얻어내겠다는 목표다.

반면 메르크롱은 "체리피킹(과실 따먹기)"은 없다는 강경 태도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최근 메르켈은 영국이 EU 시민들의 이민을 제한하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유럽 편에서도 그에 맞춰 어떤 장애물을 들일지 생각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브렉시트 협상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브렉시트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던 노동당은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동당 공약은 "브렉시트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헤택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중점을 두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다"고 표현해 최대 쟁점인 단일시장 접근과 관련해 어정쩡한 입장을 택했다.

의회가 브렉시트 최종 합의안에 대한 의미 있는 표결을 갖는다고 한 공약도 의심을 낳고 있다.

◇정작 핫이슈는 복지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브렉시트 쟁점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다른 쟁점들이 핫 이슈들로 부상했다.

보수당은 여당으로서 법인세율 17% 인하, 소득세 유지, 국민보건서비스(NHS)·학교 예산 증액, 국민생활임금 인상 등 2015년 총선공약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새로 제시한 공약 가운데 핵심인 '사회적 돌봄' 개혁이 지지도 하락세를 초래하자 서둘러 사실상 철회했다. '더 안정적이고 더 강력한 리더십' 슬로건에 상처를 입었다.

반면 강성좌파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은 '부자증세와 복지확대'로 요약되는 선명한 공약들을 내놨다. 여당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대기업 법인세 인상, 로빈훗세금(금융거래세) 대상 확대,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 등을 약속했다. 기업이 임직원에게 고액 보수를 지급하면 보수액의 2.5%를 세금으로 떼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렇게 거둔 세금을 NHS와 교육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데 쓰겠다고 약속했다. 대학등록금도 즉각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외 철도회사들을 공적 소유로 환원하고 수도 회사들도 국유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코빈 대표 스스로도 "급진적" 공약이라고 인정했다. 일각에선 1983년 총선 이후 가장 좌파적인 공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브렉시트 협상 전략 대신 세금과 복지를 기치로 내건 노동당 선거운동 전략이 막판 역전의 기회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ungwoo@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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