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쌓고 자본 늘리고'…금융권, 새 회계기준 대비에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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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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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부채 규모 늘어나 충당금·준비금 더 늘려야
보험업계, 회계 시스템 바꾸고 자본확충 나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이지헌 기자 = 금융권이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분주하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손실이나 부채 규모의 산정방식이 달라져 금융회사도 그에 맞춰 충당금이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IFRS9의 시행을 앞둔 은행권은 그동안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다고 자신하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주택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예상손실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IFRS17의 전모가 공개된 보험업계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에 들어간 모습이다. 2021년까지 회계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자본을 늘려야 하는 숙제를 끝마쳐야 한다.

◇ 은행권, 내년부터 예상손실까지 반영…주택가격 하락시 부담 커져

21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국내에 적용되는 IFRS9는 회계상 손실을 반영할 때 확정된 손실 외에 향후 예상되는 손실까지 고려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예상손실까지 반영한다는 점에서 금융채권의 가치를 더욱 공정하게 평가해 드러내겠다는 의도다.

금융당국은 IFRS9 도입으로 은행권 전체가 추가로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이 총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작년 말 국내 전체 은행권 대손충당금 총액(18조2천억원)의 10∼16% 수준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건전성 감독을 엄격하게 받아왔기 때문에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실 대비 목적으로 회계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 외에 감독규정에 따른 대손준비금을 별도로 쌓아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내부 모형 시뮬레이션 측정 결과 IFRS9 도입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현재보다 30%나 더 적립해야 하는 등 여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이 침체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은행에 미치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9개 은행이 IFRS9 도입 준비를 마쳤고 나머지 은행들도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회계상 대손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자본이나 이익 변화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보험업계 새 회계시스템 마련에 비상…자본확충도 발등에 떨어진 불

최근 새 회계기준인 IFRS17의 기준서가 발표된 보험업계는 은행권보다 더욱 혼란스럽다. IFRS17이 도입되는 2021년까지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회계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보험부채의 산정방식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되는 점이다.

최초 보험계약을 맺은 시점에 해당 보험상품의 설계대로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이 원가평가라면, 시가평가는 매 결산 시기 그 당시의 시장금리와 위험률로 보험부채를 재측정하는 방식이다.

IFRS17에서는 부채와 함께 자산 역시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기존에는 일부 자산만 시가평가를 했다.

수익을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보험료를 받은 시점에 해당 보험료 전체를 수익으로 간주했다. IFRS17에서는 해약환급금과 같이 위험보장과 관련 없는 금액을 제외하고 수익을 보험 서비스 제공 기간에 걸쳐 나눠 반영하도록 했다.

IFRS17에서는 결산 시기마다 자산과 부채 규모가 달라지는 탓에 자본 변동성이 커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대형 보험사는 이를 위해 IFRS17에 맞는 회계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대응 조직을 꾸렸으나 중소형사는 제대로 된 대비를 못 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중소형 9개사와 함께 IFRS17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을 늘리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고금리 시절 팔았던 보험상품의 부채를 현재와 같은 저금리로 시가평가하게 되면 부채 규모가 늘어나게 돼 그만큼 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특히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사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은 IFRS17이 도입되면 생보사의 보험부채가 23조∼33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금을 줄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RBC 비율을 보면 PCA생명(352.6%), ING생명(319.2%), 라이나생명(316.0%) 등 외국계 생보사는 여유가 있지만 KDB생명(125.7%), 흥국생명(145.4%) 등 국내 중소형사는 이미 위험한 상황이다.

MG손해보험(133.6%), 롯데손해보험(150.1%), 한화손해보험(153.1%), 흥국화재(154.9%) 등 손해보험사도 RBC 비율 관리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발행 등으로 자본을 늘리고 있으나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양한 재무관리방안이 필요하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의 금리가 3% 중반대에서 4%로 자산운용수익률보다 높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감소에 사전에 대비하고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고자 다양한 자본확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올해 업계 전체적으로 2조원 이상 자본확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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