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350여년 前 종가의 손맛 '음식디미방' 더 널리 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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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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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계종택 13대 종부 조귀분 여사

  • 조선 중후반 146가지 음식 조리법 담긴 최초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 전수

  • '명사여행'관광 콘텐츠 통해 반가음식 그대로 선보여 호응

  • 고춧가루 안 쓴 담백 깔끔한 맛에 외국 귀빈들도 "원더풀"

  • 영양군과 협력 日 번역본 발간 등 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력도

350여년 전 종가음식의 146가지 조리법을 담은 '음식디미방'을 전수·전파하는 조귀분 여사는 “볼 것과 놀 것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닌, 사람이 주제가 되고 풍경이 되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통해 가문과 음식디미방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350여년 전 종가음식의 146가지 조리법을 담은 '음식디미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조선 최초로 여중군자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뛰어난 인물, 조선 중기의 여류문인이자 요리 연구가 정부인 안동 장씨(본명 장계향, 1598년~1680년)가 75세 되던 해인 1672년에 쓴 최초의 한글 음식 조리서다.

그가 가문의 비법이자 우리의 훌륭한 전통 음식문화를 대대손손 잇고 싶다는 생각에 펴낸 음식디미방. 단순히 음식 조리법이 아닌 과학과 인생, 철학을 두루 담고 있는 이 책은 1999년 문화관광부가 그를 이달의 문화 인물로 소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계향 선생이 남긴 가문의 소중한 비법은 13대손 조귀분 여사(69) 덕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경상북도 영양군에 있는 종가, 석계종택에서 거주하는 그는 수많은 방송 촬영과 강연, 각 국 주요 인사의 식사 대접을 책임지는 큰 임무까지 맡으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잠시 짬을 내 서울을 찾은 조귀분 여사를 만나 종부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종부의 자부심과 책임감···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거워

가문의 가풍과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종부’로서의 삶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가 뒤따랐다.

조귀분 여사는 본래 큰 도시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도 봉제사, 접빈객(조상에게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치르는 일) 등을 신경 써야 했다.

음식디미방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음식디미방, 그리고 가문을 위해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2010년 가을 종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음식디미방으로 알려진 종가 ‘석계종택’의 종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나갔다. 종가음식을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방송 촬영, 강연, 세계 각국 인사의 식사 대접까지 책임지며 젊은 시절보다 더 바쁘고 고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그의 꼼꼼함은 여전하다.

음식의 재료는 물론 조리법, 상차림까지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조귀분 여사는 “현재 영양군에서 음식디미방 체험관을 직접 운영하지만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재료, 양념 준비, 상차림까지 많은 것을 꼼꼼히 신경 쓰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귀한 음식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신경 써서 준비하고 챙긴다.”며 종부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고춧가루 전혀 안 써···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외국 VIP도 극찬

음식디미방의 디미는 지미(知味)의 옛 표현이다. 풀이하면 '마시고 먹는 것의 맛을 이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장계향 선생이 자손을 위해 일흔이 넘은 나이에 지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조선시대 중‧말엽 경상도 지방 가정에서 실제로 만들던 음식조리법과 저장 발효식품, 식품 보관법 등 146가지의 음식 비법이 소개돼 있다.

이 책은 13대에 이르는 동안 석계가문의 종부가 종부에게 대대로 전해주는 귀한 자료로, 3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책을 따라 요리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지금은 경북 영양군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가 된 음식디미방은 건강 밥상을 원하는 이를 위한 맞춤형 요리백과이기도 하다.
 

석계종가 13대 종부 조귀분 여사와 조선 유일의 '여군종부'로 불리는 정부인 안동 장씨(장계향 선생) 초상화 [사진=기수정 기자 ]

선조 때부터 전해 내려오던 가문의 조리서에는 ‘고추’가 빠져 있다. 산초와 후추, 마늘을 사용해 매콤한 맛을 내는 덕에 담백하면서도 깔끔하다.

이 같은 조리 비법은 맵고 자극적인 것을 먹지 못하는 외국인에게도 극찬을 받았다. 

특히 장계향이 지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술 중 하나인 감향주(甘香酒)는 그 어느 음식보다도 특별하다. 스무디처럼 약간 고형화된 이 술을 작은 숟가락으로 떠먹는 맛이 일품이다. 달큼하면서 매우 향기로운 감향주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조귀분 여사는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그분(장계향 선생)이 책을 쓰실 당시에도 고추가 있었지만 선조 때부터 전해지던 음식 조리비법을 재현해 가문의 전통을 지키고자 하셨다”고 설명했다.

조 여사는 “예전 주한미국대사, 주한영국대사, 주한이탈리아대사가 참석하는 만찬을 음식디미방의 조리법대로 재현해 선보였는데, 음식을 맛본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구동성으로 ‘최고’라고 극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참여··· 많은 이에게 가문의 전통 조리법 알리고파

조귀분 여사는 재일동포 한식 명인 조선옥(50) 요리연구원장에게 음식디미방을 전수했다.

조선옥 원장은 지난 2월 영양군과 '음식디미방 세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국가 문화재 지정과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협력 중이며 올해 연말에는 음식디미방을 일본어로 번역․발간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사업에 영양군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해 온 이 사업은 지역의 역사와 생생한 삶을 함께한 명사를 고품격 스토리텔러(명사)로 발굴·육성해 ‘인생담’과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함으로써 지역 여행상품을 고급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재정적 지원 없이 관광공사에서 발굴 및 개발한 지역 명사 콘텐츠의 매력성과 희소성을 토대로 ‘리치마켓’을 구현하길 원하는 여행업의 새로운 동력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화여행 사업에는 조귀분 여사를 포함, 지역별로 총 14명의 명사를 선정했다. 마지막 황손 이석, 박경리씨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 재단 이사장, 우리나라 1세대 커피 바리스타인 박이추씨 등이 명사로 나선다. 

조귀분 여사가 선보이는 관광콘텐츠는 단연 종부가 전하는 300년 손맛 ‘음식디미방’이다.

조 여사는 반가에서 실제 만들던 술 빚는 법, 음식 조리법, 보관법 등 146가지의 음식조리비법이 소개된 이 음식디미방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물론 음식디미방 만들기 체험, 한상차림, 두들마을 탐방에 동행하며 방문객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배우 이영애와 가수 조성모 등 국내외 유명인사가 이미 음식디미방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그는 “안동 하회마을보다 두들마을이 기와가 더 많다. 수백년 된 기와에 이문열 문학연구소까지...이곳은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음식디미방의 그 자체를 맛보고 음식 조리법을 배우고, 인근 관광지까지 둘러보는 문화여행을 통해 소중한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볼 것과 놀 것만을 찾아 떠나던 여행이 아닌, 사람이 주제가 되고 풍경이 되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통해 가문과 음식디미방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는 여행업계에서 명사여행 콘텐츠의 희소성과 매력을 토대로 더욱 발전된 고품격(다른 여행상품보다 2~3배 고가, 1박 2일 기준)의 명사여행 자체상품을 지속 개발하는 한편 △명사여행 온·오프라인 집중 홍보 △지자체의 명사여행 활성화 컨설팅 △고품격화 시범(파일럿) 테스트 △평창동계올림픽 및 명사여행과 연계한 관광콘텐츠 발굴 등을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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