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7주년] 文 "5·18 정신 계승"에 감격·눈물…'통합의 장' 된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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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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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연합뉴스]

 
(아주경제=광주) 김혜란 기자 = 5·18 민주화운동이 37주년을 맞은 18일 예년처럼 추모 행사가 열렸지만 내용면에서 올해의 광주는 달랐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이 광주에 총 집결해 광주 정신 계승을 다짐했고 광주 시민의 상처를 다독였다. 여당 정치인들은 광주 항쟁을 씨앗으로 한 민주주의 복원을 강조했고, 이날 기념식은 확실한 적폐 청산을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개혁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 

이날 광주 북구 운정동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5당 대표가 총 집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 자치단체장은 물론 한국당 소속 김관용 경북지사 등 야권 단체장들도 기념식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할 때는 여야 정치인 할 것 없이 박수를 보냈고, 기념사가 끝났을 때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3개 5·18 단체장과 유가족 대표, 4·19 관련 단체, 6월 민주항쟁 계승사업회, 인혁당 피해자, 부마항쟁 기념사업회,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3·15의거 기념사업회, 4·3 평화재단, 촛불집회(비상국민행동) 대표 등도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일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약속하자 시민 사이에서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대통령 기념사를 듣던 한 시민은 "이런 날이 왔다. 너무 좋다"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일부 시민은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때 고 김동혁군을 잃은 어머니 김성실씨는 "오늘 4·16 이후 처음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고 애국가를 불렀다"며 "(문 대통령 당선 이전엔 애국가를) 전혀 부르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씨는 "참사 이전엔 5·18 희생자들에 대해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아픈 사람 마음은 아픈 사람이 안다"며 "(대통령이) 말씀한 대로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오늘 현장에 와 보고 싶었다"고 했다. 

광주에 사는 차모씨(28·직장인)도 "문 대통령을 보러 처음으로 5·18 기념식을 찾았다"며 "대통령이 시민의 말씀을 들어주려고 하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5·18 때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63세 이경현씨는 문 대통령의 적폐 청산, 5·18 진상 규명 의지 등을 거론하며 "진짜 기쁘고 백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좋다. 날아갈 것 같다"고 했다.

배석휴씨(72)도 "이런 대통령 없었제. 야물게 끊고 맺잖아. 잘하고 있는 거제. 적폐 청산 확실히 해야제"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 [사진=김혜란 기자]


올해 5·18 기념식은 지난해에 없었던 기념공연도 추가됐다. 5·18 희생자 유족의 편지 낭독으로 시작해 광주시립합창단과 가수 전인권씨가 무대에 올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문 대통령의 지시로 9년 만에 행사장에서 제창됐다. 

기념 공연에서 5·18 때 아버지를 잃은 유족 김소형씨가 추모사를 낭독하자 문 대통령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광주 출신 강기정 전 의원, 유족 등은 눈물을 연신 훔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식장에 울려펴지자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호남에 지지기반을 둔 국민의당, 개혁 보수를 앞세운 바른정당, 정의당 인사들은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내내 입을 굳게 다문 채 서 있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행진곡 제창에 대해 "새로운 대한민국이 5·18 기념식을 통해서 구현되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드러나서 감동"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눈물이 났다. 굉장히, 너무 감격적이었다"라며 "진보·보수를 떠나서 이게 정상적인 나라"라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9년의 어둠과 분노, 슬픔의 역사가 끝나고 새로운 세상, 새로운 희망의 세상이 왔다"고 평가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제창을 하는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제창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5·18에 대한 온전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으로의 입법적인 노력을 협치의 첫 번째 시험대 및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여야는 5·18 정신을 되새기며 통합과 화합의 길로 나가자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정준길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5·18 정신을 되새기면서 더 성숙한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며 "화해와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수석 대변인도 "계엄군의 헬기 총격 등 당시 상황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5·18 헬기 사격 특별법'을 통과시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바른정당은 5·18 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고 국민만 바라보며 따뜻한 보수, 개혁보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했고,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고, 행진곡을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표명은 더욱 의미 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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