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⑧] 박해상 전 차관 "농정은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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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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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상 전 농림부 차관은 18일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투자처는 농촌"이라며 "아직 그 가치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덕에 농촌은 블루오션"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단미사료협회]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박해상 전 농림부 차관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현장에서 써먹지 못하면 쓸모없는 정책"이라며 "농정이 현장에서 빛을 볼 수 있게 정부가 발로 뛰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전 차관은 지난 1976년부터 30여년간 농림부에 몸담으며 현장 중심의 업무를 중시하는 농정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좋은 정책도 현장과 괴리가 생기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틈틈이 현장을 찾아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농업인과 소통하며 문제점과 건의·애로 사항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박 전 차관은 "정부가 정책수요자들을 전부 끌고 갈 순 없다"며 "정책 수립 전에 전문 농업인과 비농업인을 명확히 구분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사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농업인을 위한 정책과 귀촌인이나 노령화로 농사를 짓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농지법상 1000㎡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농산물 판매액이 연 120만원 이상인 사람은 농업인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박 전 차관은 "농업인의 기준을 기존보다 두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며 "전문농업인에게는 기존 직불금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주고, 비농업인들에게는 노령수당·농지연금과 함께 초지·산림 등의 환경 관리를 조건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직불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한민국 한국 농업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며 "선진국보다 한국농업이 더 어려운 이유는 통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급속도로 빨라지는 고령화와 농가소득 감소 추세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 전체 생산액(GDP)에서 농업 생산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대 수준이다. 1975년 40% 수준이던 농업생산액은 한 자릿수인 7%대로 떨어지기까지 26년이 걸렸다.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지기까지 미국이 96년, 프랑스가 94년, 일본이 73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또 1985년에는 가구당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의 113% 수준으로 높았지만, 2015년 가구당 농가소득은 도시 근로자 소득의 60% 수준인 3722만원으로 떨어졌다.

농가인구도 1975년 1324만명에서 2015년 257만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유엔은 65세 인구 비중이 전체의 7%를 넘어서면 고령화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우리 농촌은 이미 2000년 초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박 전 차관은 "농업·농촌 발전이 우리나라 경제발전 속도보다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을 보며 오히려 희망을 엿볼 수 있다"며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한 대학 강연에서 '자식이 있으면 농대를 보내라'고 한 것처럼,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분야가 바로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임스 캔튼은 혁신경제를 이끌 산업 네 가지로 바이오기술(BT), 정보통신기술(IT), 나노기술(NT), 뉴로테크놀로지를 꼽는다"며 "네 개 분야 모두가 농업을 원천 소스로 활용하는 것만 봐도 농업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균형발전을 놓고 보면 농촌이 도시보다 '가성비'가 좋은 최고의 투자처라는 입장도 밝혔다.

박 전 차관은 "서울의 정주 여건 조성 비용은 농촌 지역에 비해 최고 18배가 소요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전력과 도로, 교통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 재정소요비용이 가장 적게 들면서 효과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투자처가 농촌이다. 우리 농촌은 아직도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했다. 

▲박해상 전 농림부 차관은
1949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농과대학을 거쳐 고려대학교 식량개발대학원 경제학 석사, 경북대학교 농업생명대학원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고시 12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림부 식물검역소장,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농림부 차관을 지냈다. 이후 농촌사랑지도자 연수원장, 농협대학 총장을 거쳐 현재 한국단미사료협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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