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이민화 이사장 "현 정부 공약 실효성 없어..탈추격형 국가로 전환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5-18 05: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경제 공약의 핵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다양한 육성안을 발표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 핵심 기술 분야 지원에 나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네거티브 규제 도입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법·제도·정책 혁신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약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클라우드 데이터 규제에 대한 내용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며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클라우드"라면서 "이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연결망을 구축하고 초기 시장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 클라우드 규제 풀어 공공데이터 90% 개방해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제도

이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평균 클라우드 데이터 트래픽이 86% 수준인 반면, 한국은 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버 데이터 기반의 3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섰던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는 완전한 후진국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공공기관은 클라우드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개인정보는 지나친 비식별화 문제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선주자를 비롯해 현 정부의 공약에는 이 같은 규제 혁파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꼬집었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데이터에 비례한다는 점에서 클라우드에 축적된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클라우드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이 4차 산업혁명의 최우선 국가 과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인공지능의 핵심인 빅데이터(개인데이터와 공공데이터)는 우리나라에서만 강력히 규제되고 있다"면서 "이는 데이터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공공데이터 개방이 9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보안을 이유로 거의 모든 공공데이터가 가로막혀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구글 지도 안내 서비스가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불가능한 점도 클라우드 서버의 위치 규제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개인정보 측면에서도 보호와 활용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은행 금고의 돈이 개인의 돈이 되듯이 클라우드의 데이터는 개인의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제도에 있으며, 그 키를 쥐고 있는 것이 정부"라면서 "새 정부는 규제를 풀어 상장이나 벤처투자 유치의 벽을 낮추고 융합산업의 핵심 시설인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규제를 풀어 정부가 국가제도를 유연하게 혁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국가 재분배와 재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피력했다.

◆ 매번 반복되는 정부 조직개편 실효성 없어··· 민간 주도의 기술 융합 생태계 구성에 주력

이 이사장은 정권마다 반복되는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무늬만 조직을 바꾸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술 혁신과 제도의 변화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개별 조직을 떼다 붙이는 식의 정부 조직개편은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관행처럼 굳어진 정부 조직의 벽을 없애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예컨대 현재 조직개편 1순위로 거론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능 분리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

이 이사장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정부4.0'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부처 변경은 최소화하고 온라인(클라우드) 상에서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O2O 정부 4.0을 통해) 부처 간의 데이터 공유와 협력이 이뤄지며, 데이터 축적에 따른 업무 효율성 향상과 예측 및 맞춤의 가치 창출을 이룰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O2O 기반으로 진화하듯이 정부 역시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관해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정부 주도의 개별 기술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취지는 좋으나, 당장 눈 앞의 성과를 위해 진통제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비율이 세계 최고인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이사장은 개별 기술은 민간의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기술 융합 생태계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지난 10년간 정부 주도의 개별 기술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거대 문샷 프로젝트는 국가가 주도할 수 있으나 시장이 작동하는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레몬마켓(시고 맛없는 레몬 같은 불량품만 있는 시장)'을 만들게 된다"며 "정부의 지원이 '시장유인(Market Pull)'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 기술시장을 포함한 개방혁신 생태계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대기업과 벤처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해야··· 혁신과 협력의 탈추격 전략 필요

이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100점 만점에 65점이라는 낙제점이 아닌,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과거 정부의 벤처 건전화 정책으로 초래된 '벤처 빙하기'를 벗어났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2000년 초 이후 벤처 빙하기를 겪었으나 창조경제 정책을 통해 이를 벗어난 것은 큰 성과"라며 "다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존의 지원 정책과 중복되면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선순환을 이끌기 위해서는 창조경제 본질의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대기업 중심 추격자 전략이 대·중소기업이 선순환 발전하는 탈추격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창조경제는 혁신의 축을 이끌며, 산업경제는 시장을 만들고 키운다. 혁신과 시장을 융합한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며 "과거 추격에서 탈추격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 우리나라의 성공 전략인 '효율과 경쟁'의 추격 전략에서 창조경제를 통한 '혁신과 협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을 이끌 중소 벤처기업이 국가의 성장과 일자리의 주역으로 등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일류 국가의 조건은 중소기업의 GDP 비중이 60%를 넘어야 하는데 한국은 50%를 하회하고 있다"면서 "대·중소기업의 상생 발전이 탈추격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침체돼 저성장 양극화로 가고 있는 것도 혁신과 효율을 순환시키지 못하는데서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탈추격 전략이 혁신과 효율의 순환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선도국가의 일자리는 대기업 단독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으로 대부분 창출돼왔다"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기술지원 위주에서 시장 창출 중심의 중소벤처 정책으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대기업의 효율과 중소·벤처의 혁신이 순환하는 상생형 인수·합병(M&A)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 이사장은 "미국은 전체 창업기업 투자 회수의 90% 이상을 M&A에 의존하는데 한국은 3% 미만"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과 벤처의 M&A와 투자 장터의 역할로 전환되는 식의 대안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정거래 법질서 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탈추격 전략의 혁신과 협력 패러다임은 공정한 신뢰가 기반"이라며 "공정거래 법질서 확립은 탈추격형 국가로의 성장과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며 대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