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재앙 산불] ③'입산자 실화'…대형산불 87%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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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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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산불 시기·패턴도 바뀌어…'산불 연중화' 경향 뚜렷
"산불 예방 교육매뉴얼 부재…국민 경각심 없으면 대책도 공염불"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입산자 실화 추정'

지난 6∼9일 강원 강릉(57㏊)과 삼척(270㏊), 경북 상주(13㏊) 등 삼림 340㏊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의 유력한 원인이다.

산림 당국과 경찰 등 합동감식반은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강릉과 삼척 산불 발화지점 주변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하는 등 발화지점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상주 산불은 농산폐기물을 태우다가 불씨가 야산으로 옮겨붙어 난 것으로 보고 덕가리 주민 김모(57) 씨를 실화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9∼10일 산림 75㏊를 잿더미로 만든 강릉 옥계 산불 역시 약초를 캐러 갔던 주민이 담뱃불을 완전히 끄지 않고 꽁초를 버린 게 원인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에 따르면 1986년 이후 대형산불(피해면적 100㏊ 이상)은 이번 산불을 제외하고 총 52건이다.

산불 원인을 보면 입산객이나 성묘객, 등산객의 실화 또는 실화 추정이 25건으 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농산폐기물과 쓰레기, 논두렁 소각 등으로 인한 산불이 12건이다.

조명탄 사격훈련과 용접 중 실화 등 군부대가 원인을 제공한 산불도 3건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담뱃불 실화, 축사용접 비화, 방화, 방화 추정도 각각 1건씩으로 나타났다.

이들 산불 원인을 종합해보면 대형산불 원인 중 87%가 인재(人災)인 셈이다.

한순간의 부주의에 고온건조한 기후와 강풍 등 자연적 특성까지 더해지면 작은 불씨도 큰 화마(火魔)로 변한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예방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을 이용하는 국민의 의식 개선이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이고, 산림 당국이 산불 위험 기간이 되면 신신당부하고 있으나 산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력과 장비 보강, 대형산불 특별대책 기간 연장 등 산불 감시체계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는 차선책이라는 지적이다.

영농 준비를 위한 소각이나 입산 시 인화성 물질 소지와 같은 습관성 행위를 자제하는 등 개개인이 산불 예방 중요성에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인재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강원대학교 채희문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는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교육이 정말 중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산불과 관련한 교육매뉴얼이 없다"며 "유치원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국민 대상으로 산불 예방을 위해 어떻게 교재를 만들고, 배부하고, 가르칠 것인가 등 교육 방법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산불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다.

최근 기후 변화 등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초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기후 변화는 산불 예방과 관리를 위한 국제적 이슈로 대두했다.

산림청 '2016년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봄철 산불 조심 기간(2월 1일∼5월 15일) 이후에도 기후변화 등으로 산불 발생이 연중화 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최근 10년(2006∼2015년)간 봄철 조심 기간(5월 16일∼10월 31일) 이후 산불은 평균 64건에 그쳤으나 최근 5년(2011∼2015년)으로 좁혀 보면 평균 88건으로 늘어났다. 피해 면적도 평균 17㏊에서 21㏊로 늘었다.

건조 일수는 증가하고, 강수량과 강수 일수는 줄면서 대형산불 위험이 한층 커졌다.

특히 이번 산불은 그동안 '대형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자주 부는 3∼4월에 발생한다'는 인식을 깨고 5월에 발생한 이례적 산불이다.

산림청이 산불 통계를 시작한 1960년대 이후 5월에 발생한 피해면적 100㏊ 이상 대형산불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대형 산불이 잦은 동해안 지역은 봄이 되면 양양과 고성 간성,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한 바람까지 불어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는 특이한 기상현상이 나타난다.

이 계절풍은 고온 건조한 특성이 있는 데다 속도까지 빨라 한번 불이 붙으면 대규모 산불로 번진다.

동해안 지역은 특히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 단순림이 많아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후조건에 맞춰 산불 조심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국 공통으로 산불 조심 기간을 정하지 않고 지역 기후 특성에 맞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월 초까지도 눈이 내리는 강원 영동 지역에서 2월부터 산불 비상근무에 들어가면 공무원들 피로도만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캐나다는 눈이 녹고 난 다음부터 눈이 내릴 때까지 산불 조심 기간을 운영한다.

채 교수는 "산불은 인재와 자연재해 특성이 합쳐져 있는 만큼 지역 기후 특성에 맞게 산불 조심 기간을 운영해 '선택과 집중'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동해안과 같은 산불 고위험 지역에는 산불 조심 깃발 외에도 마을 입구나 산 어귀마다 위험 표지판을 적극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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